타이거 우즈가 지난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아일랜드 비치 로드에서 랜드로버로 고속 질주하면서 앞서 가던 트럭 트레일러를 추월하려다 뒤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옆으로 굴렀다. 우즈는 조수석 문을 기어서 빠져나왔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경찰은 우즈가 “둔해 보였다”고 했다. 음주측정기에서 알코올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우즈는 소변 검사를 거부했고, 음주운전과 재물손괴, 법적 검사 거부 혐의로 체포됐다.
소변 검사 거부는 계산된 선택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주에서 음주운전(DUI) 유죄가 성립하려면 음주·약물 상태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소변 검사를 거부하면 그 증거 자체가 사라진다. 거부죄는 2급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약물이 검출되면 훨씬 무거운 DUI 유죄로 이어진다. 그는 머그샷에서 눈꺼풀에 힘이 없었다. 무거운 눈꺼풀은 약물 복용을 의심케 한다.
우즈에게 자동차는 늘 사달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는 2009년 11월이었다. 당시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이 남편 핸드폰을 뒤지다 불륜 문자를 발견했다. 부인의 추궁에 우즈는 맨발로 밖으로 뛰어나가 운전대를 잡았다. 수면제와 진통제에 취한 상태였고 차는 울타리를 넘어 소화전을 들이받았다. 그 사고가 도화선이 돼 십여 명의 외도 상대가 줄줄이 딸려 나왔다. 집 앞에 중계차들이 진을 쳤고 방송국 헬리콥터들이 날아다녔다. 뉴욕포스트는 21일 연속 1면 톱으로 우즈를 올렸다.
두 번째는 2017년이었다. 경찰은 시동이 켜진 채 도로에 서 있는 차에서 잠든 우즈를 발견했다. 음주측정기에 알코올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섯 가지 약물이 검출됐다. 마약성 진통제, 강력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이었다. 당시 머그샷에서 골프 황제의 얼굴은 초점을 잃은 채 축 처진 눈꺼풀 아래 있었다. 미국에서 셀러브리티 머그샷은 몰락의 상징이다.
세 번째는 2021년 2월 LA 인근이었다. 과속으로 달리던 차는 경사로를 벗어나 여러 번 굴렀다. 다리뼈가 부러지고 발목에 핀을 박아야 했다. 의료진은 다리 절단을 검토했다. 살아 돌아온 게 기적이었다. 2019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돌아온 영웅’이 된지 2년 만이었다.
우즈가 자동차 사고를 자주 내는 이유가 있다. 그는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 없이 잠들지 못한다. 무릎과 허리 등이 망가져 여러 개의 진통제도 복용한다. 수면제와 마약성 진통제, 신경안정제를 함께 복용하면 중추신경이 억제돼 극심한 졸음과 인지 장애가 나타난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운전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라이버시에 집착하고 주변을 믿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도 결국 배신할 수 있다고 여겼다. 골프장 밖에서 우즈는 늘 혼자 핸들을 잡았다.
우즈는 드라이버를 매우 잘 쳤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평균 323야드를 때렸다. 두 번째로 멀리 친 선수보다 25야드나 앞섰다. 드라이버로 골프 코스와 한 시대를 지배했다. 그러나 운전자(드라이버)로서는 사고가 잦았으며 그 사고 하나하는 그의 존재를 갈아먹었다. 섹스 스캔들로 가족을, 머그샷으로 존경심을 잃었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 돌아와 다시 신화가 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트럭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또 머그샷을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가까운 친구인데 안타깝다”라고 했다. 4월 9일 개막하는 마스터스에 우즈는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