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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만의 악기, 마음을 울리다

중앙일보

2026.03.29 08:03 2026.03.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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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이 27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피아노 부문 1위 안태현, 2위 강주안, 바이올린 부문 2위 김현정, 3위 박주하, 성악(남) 부문 3위 박우현, 2위 박성민, 1위 정강한, 성악(여) 부문 1위 박채원, 2위 차원서, 3위 이윤재, 첼로 부문 1위 조이한, 3위 김명진, 이윤지, 클라리넷 부문 1위 김대현, 2위 이지민, 3위 조수아, 작곡 부문 2위 권정수, 3위 권영석, 박건원,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장진영 기자
1975년 시작한 중앙음악콩쿠르가 올해로 52회를 맞아 세라젬의 후원으로 서울 평창동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렸다. 그동안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김대진, 베이스 연광철, 테너 김우경 등을 수상자로 배출했던 한국 굴지의 음악 대회다. 올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성악여자, 성악남자, 작곡 등 7개 부문 총 414명이 참가했고 19명이 입상했다. 본선 최고점자에게는 세라젬 파우제 M8 Fit 안마 의자를 주는 ‘세라젬 라이징 아티스트상’도 수여했다. 1위 입상자들의 소감과 심사평을 전한다.

김지윤 기자
“입시 직후라 더 잘할 자신 있었다”
클라리넷 1위 김대현
김대현(19·한예종1)은 이번 달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합격의 기쁨을 즐길 시기에 콩쿠르를 준비했다. 그는 “이미 충분히 쉰 데다, 입시 때문에 열심히 연습한 직후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2차 예선 지정곡인 요르크 비트먼의 클라리넷 판타지는 그의 한예종 입시 곡이었다. 3주 만에 뚝딱 대회를 준비했다. 문제는 본선 지정곡인 칼 닐슨의 클라리넷 협주곡. 기술적 한계를 시험하는 작품인 동시에, 곡의 모티브가 된 인물의 다혈질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해야 하는 곡이다. 그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곡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클라리넷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을 통해서였다. 그의 꿈은 “사람들의 마음을 깊게 움직이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콩쿠르 재수생, 고열에도 악기 안 놓아”
첼로 1위 조이한
조이한(21·한예종3)은 중앙음악콩쿠르 ‘재수생’이다. 지난해 3위로 입상한 그는 올해 대회에서 1차 예선 참가를 면제 받았다. 연습할 곡이 하나 줄었지만 부담감은 배로 더 컸다. 결선곡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단조였다. 2차 예선곡 역시 도입부가 유명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 4번이었다. 잠을 줄이고 활을 잡았다. 40도에 가까운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결선 무대를 마치고선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살 때부터 취미로 첼로를 켜 온 조이한은 중 3 때 서울예고 진학 준비를 하며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이번 수상에 대해 “운이 좋았다”,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서 누군가가 첼로를 연주하고 싶게 만드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한단계 성숙해진 시간”
피아노 1위 안태현
안태현(19·서울대1)은 초 2 때 피아노를 처음 만났다. 한때 예원학교 입학 시험에 떨어지고 일반중에 다니며 연주를 계속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화예고를 수석 입학한 이후론 탄탄대로였다. 1학년 땐 이화경향음악콩쿠르 1위 등 다수의 국내 고교부 콩쿠르를 휩쓸었고 이듬해엔 현대차정몽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 장학 프로그램 출신이다. 지난해부턴 산타 체칠리아 국제 피아노 콩쿠르 공동 1위 등 해외 경력도 쌓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대회는 힘든 도전이었다. 본선에서 연주하는 네 곡 중 슈만의 ‘크라이슬러리아나’만 해도 연주 시간이 30분 내외다. 수시 입학 통지를 받은 직후인 지난 1월부터 새 경연곡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캠퍼스를 거닐 여유도 없이 3개월을 보냈지만 음악적으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감동받은 관객 얼굴서 에너지 얻어”
성악(여) 1위 박채원
박채원(26·한예종 대학원2)은 이번 콩쿠르 우승자 중 유일한 지역 대학 출신이다. 부산예고, 부산대를 졸업한 후 석사 과정으로 한예종에 입학했다. 유학 전 경험 삼아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덕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본선 곡인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리아를 연습할 때마다 극적인 감정 표현, 연달아 내야 하는 고음들이 부담됐다”고 덧붙였다.

한때 작곡 전공 지망생이었다. 중 2 때 처음 나간 지역 콩쿠르에서 단번에 1등을 하며 작곡 전공으로 예고 입시를 준비했다. 약 1년 간 각종 작곡 대회 1등을 휩쓸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 창작동요제 등을 준비하며 섰던 무대가 그리웠다. 결국 성악으로 진로를 틀었다. “평소 무대에서 보는 관객들의 (감동 받은) 얼굴에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아직 부족하다, 독일서 더 공부할 것”
성악(남) 1위 정강한
4년 만의 성악 남자 부문 1위다. 중앙음악콩쿠르는 앞선 세 번의 경연에서 성악 남자 부문 참가자들에게 1위를 주지 않았다. 정강한(22·서울대4)도 지난해 이 대회에서 1위 없는 2위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올해는 남들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어서 본선 곡으로 그간 한국에서 초연조차 되지 않은 베르디의 오페라 ‘일 코르사로’의 아리아를 직접 선곡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없는 악보는 구글로 검색해서 구입했고, 곡 해석은 호세 카레라스의 퍼포먼스 영상을 참고했다.

성악은 중3 음악 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준 한국 영화 ‘파바로티’ 속 테너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시작하게 됐다. 어디 가서 ‘노래 잘 부른다’ 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었던 그가 택한 인생 최고의 도전이었다. 지금도 그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졸업 후 독일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악보 더 파고들면, 더욱 설득력있게 와닿을 것
제52회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심사평
◆클라리넷=칼 닐슨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피아노 반주로 경연을 치러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타악기의 연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주자들에게 익숙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곡이 아니라 덴마크 작곡가의 곡이라 해석에 난해한 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본선에 참여한 5명의 연주자 모두 곡을 잘 이해하고 훌륭한 연주를 해줬다.

심사위원장 동준모

◆작곡=작곡의 본질이 새로운 아름다움의 창출이라고 한다면 오늘 경연 참가자들은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적 음향과 느낌을 내기 다소 진부한 기법들을 사용해 개개인의 개성이나 주장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경쟁을 위한 효과의 극대화보다 작곡가의 개성적인 주장과 새로운 생각이 잘 표현, 평가 받을 수 있는 분위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심사위원장 박준영

◆첼로=올해는 연주자의 필수곡을 지정해 더 많은 연주자가 콩쿠르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본선에서는 3명의 연주자가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뛰어난 음악성을 선보였다. 3명의 모두 다양한 표현과 개성을 잘 드러냈으며, 공연장에서는 섬세한 음색과 음악적 뉘앙스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장 이명진

◆피아노=전반적으로 연주자들의 개성, 표현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그러나 지정곡인 바흐와 슈만 등은 독일 음악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면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인문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한 내면의 성찰, 악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해석이 보완된다면 각자의 표현이 더욱 설득력 있게 와닿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위원장 최경아

◆바이올린=결선에 진출한 4명의 연주자는 브람스, 시벨리우스 협주곡 중 하나를 선택해 연주했다. 브람스 작품에서는 요구되는 내면적 고뇌의 깊이와 풍부한 서정성, 시벨리우스 작품에서는 북유럽 특유의 색채감 등을 음악적으로 얼마나 밀도 있게 표현하는지를 봤다. 전반적으로 모든 연주자가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였으나 일부 연주에서는 음악적 디테일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음정의 정확성 또한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채유미

◆성악=전체적으로 모든 참가자의 기량이 즉시 데뷔해도 될 만큼 훌륭했다. 특히 성악 연주에 있어 필수적인 극장적 요소를 두루 갖춘 경연자도, 정말 멋진 목소리의 소유자도 있었다. 조금 과한 경우도 있었으나 본선에 연주한 모든 참가자들이 멋진 연주를 보여준 덕에 본선 심사 최고점도 성악(남) 부문에서 나왔다.

심사위원장 류현승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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