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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 글로벌 확장 큰 꿈…그 첫발은 일본”

중앙일보

2026.03.29 08:04 2026.03.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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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 김경록 기자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더존비즈온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지난 26일 공개매수와 기존 주주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경영권이 이전됐다. 자기 주식을 제외한 발행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할 경우 코스피 상장 폐지도 가능하다. 앞서 EQT는 지난해 11월 김용우(65) 더존비즈온 회장 및 주요 주주와 1조3000억원대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합병(M&A)은 독일 SAP, 미국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름잡는 글로벌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장에서 토종 SW 기업이 자체 솔루션으로 내수 1위를 확보했고, 이를 글로벌 PEF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K-SW의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 받는다. ERP는 기업의 회계·인사·재고·생산 등 주요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EQT는 김 회장의 글로벌 영토 확장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번 거래에 따라 김 회장은 더존비즈온 대표이사와 최대 주주 지위를 내려놓았다. 단 더존비즈온 고문과 일본법인 제노랩 대표, EQT 산업자문역(IA)을 맡아 경영에 계속 관여한다. 김 회장은 지난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장(章)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직함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매출 4400억원대, 중소·중견기업용 ERP 1위 자리를 굳혔지만 더존비즈온의 출발은 ‘마이너스 창업’이었다. 김 회장이 2003년 더존디지털웨어에서 ERP 사업부를 떼어내 독립할 당시 매출은 40억원, 비용 80억원이었다. 그가 “맨손 창업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차준홍 기자
무엇보다 자금 확보 과정이 드라마틱했다. 그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들고 산은캐피탈을 찾았다. “돈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사겠다는 제안이었어요. 손이 떨릴 정도로 절박하게 설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산은캐피탈로부터 전환사채(CB)를 포함해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내부에서조차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그는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이후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세무·회계 중심 ERP에 집중했다. 마침 중견·중소기업용 ERP 수요가 급증했다. 그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했고, 그 흐름에 올라탔다”고 했다. 더존비즈온은 이듬해 모(母)회사를 인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1년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 ‘강촌캠퍼스’로 본사 이전은 성장 분기점이었다. 강촌에 8만2500㎥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조성했다. 한편으론 호텔급 식사, 안마·당구 등 복지후생 시설을 제공하며 이곳을 ‘개발자 천국’으로 만들었다. 이런 기반 위에 ‘위하고’ ‘아마란스10’ ‘옴니이솔’ 등 클라우드 플랫폼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전환(AX)’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시장, 그 첫 도전 무대가 일본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법·세무 체계가 유사해 솔루션 적용이 용이하다”며 “일본 시장을 교두보 삼아 동남아 등으로 확장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일본 싱크탱크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ERP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 클라우드 확산을 반영하면 2030년 8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글로벌 사모펀드와 손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지 기업 M&A와 네트워크 확보에 유리해서다. 여러 군데서 M&A 제안을 받았지만 고심 끝에 EQT와 손을 잡았다.



김용우 “회사 떠나지 않아…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과정”

“단순히 더 많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회사를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새 주주인) EQT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PEF입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성장을 중시한다는 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삿포로를 거점으로 현지 기업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학벌이나 이력이 빼어나서가 아니라 현장을 아는 인력이 많다는 게 더존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토종 출신이 만든 성공 스토리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숙제입니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다가 응한 이유에 대해 ‘참다랑어론’을 꺼냈다. “참다랑어는 움직임을 멈추는 순간 숨이 멎어요. IT 산업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잘한다고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ERP에서 클라우드, AI로 이어온 것처럼 계속 펄떡거리면서 다음 기회를 만들어갈 겁니다. 이건 기업인의 숙명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계속 날갯짓해야 하는 절박함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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