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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의 마켓 나우]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이번은 다르다

중앙일보

2026.03.29 08:04 2026.03.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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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늘 그렇듯 국제유가 급등으로 환율과 금리가 요동친다. 유가 상승으로 국제수지 악화 우려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도 높아진다. 이는 수요 부진을 초래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들자 한국경제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러나 고환율을 위기의 전조로 보는 것은 무리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2000원 선을 넘었지만, 고환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한국경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고환율은 수출 경쟁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국은 고환율에 기댄 수출 호조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했다.

금리를 보면,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와 재정 리스크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에 근접하며 금융·실물 경제를 옥죄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기조가 인하에서 인상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본래 금리 인상은 수요 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유가 급등과 같은 공급 충격에 대한 직접적 대응책은 아니다. 이미 장기금리가 높은 터에 정책금리까지 올린다면 추가 긴축을 하는 꼴이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해 인플레이션 기대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면 연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김지윤 기자
고유가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세계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물가 목표제’를 도입, 인플레이션 기대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왔다.

요컨대 유가 상승이 장기화해 물가와 장기금리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국내외 경제에 대한 타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에도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물가 기대에 대한 정책 대응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물가상승과 여론 악화를 감수하며 전쟁을 계속 끌기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고려하면 고유가의 지속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 경제 구조상 한국경제가 유가 급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물론 경계심을 가지고 전쟁 상황과 금융시장 등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21세기 한국경제는 20세기 한국경제와 다른 경제다. IT를 중심으로 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져 유가 충격의 실물경제 전이 정도가 약화됐다. 유가 급등의 영향에 대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해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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