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러의 금기’란 말이 있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L)당 4달러를 넘으면 선거에서 진다는 뜻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5달러를 넘었다.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전략 비축유를 대거 방출했지만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휘발유 가격 안정을 가장 큰 성과로 삼았다. 그런데 자랑거리가 사라졌다. 이란 전쟁 직전 갤런당 2.98달러였던 휘발유 평균 가격이 한 달 만에 3.98달러가 됐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만 해도 트럼프는 “유가가 오르면 미국은 돈을 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며 원유를 인질로 삼고 버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물론 이란 원유에 대한 제재까지 풀었다. 자신을 겨눌 무기를 만들 돈줄을 풀어준 조치다.
그리고는 모르쇠 전략으로 전환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봉쇄는 물론 이란의 인근 국가 공격에 “최고의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CNN은 이는 사실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런데도 뻔뻔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최고 전문가도 몰랐으니 자신의 잘못도 아니라는 논리다.
이러한 거짓말이 통하는 이유는 초강경 지지층 때문이다. 실버 불리틴(Silver Bulletin)이 집계한 이란 전쟁에 대한 지지율 평균은 39%다. 이는 최저로 떨어진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 40%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전쟁 이후 1%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통상 미국의 ‘실패한 대통령’을 정의하는 기준은 지지율 35%다.
문제는 콘크리트의 균열 가능성이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과 공화당 성향의 중도층 70%가 이란 전쟁을 지지했지만, ‘강력 반대’가 12%에 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근거로 유가 폭등이 동반된 이란 전쟁이 전통 지지층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친(親)트럼프 성향의 매체는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한 뒤 명칭을 ‘트럼프 해협’으로 변경할 거란 보도를 내놨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고, 그린란드 병합 계획을 내세워 극렬 지지층을 열광시켜온 전략과 유사하다.
이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블로그에 “우리는 정치적 극단주의뿐 아니라 무능력이 직무 요건이 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심지어 군사력 분야에서조차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의 모습은 더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