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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화학이야기] 먹는 것에는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

중앙일보

2026.03.29 08:14 2026.03.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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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빵플레이션’에 지친 서민이 즐겨 찾는 1000원짜리 저가(低價) 빵 중에는 유통기한이 무려 6개월이나 되는 중국산이 있는 모양이다. 중국의 제빵공장에서 유통기한을 늘이기 위해 ‘방부제(防腐劑)’를 너무 많이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방부제 범벅’ 여부는 서울시의 성분 조사를 통해서 밝혀질 일이다. 그런데 빵과 같은 가공식품에는 ‘방부제’를 넣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해놓은 ‘식품첨가물공전’에서는 ‘방부제’라는 항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방부제가 들어있는 빵은 ‘불량식품’으로 분류되어 수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방부제를 ‘범벅’ 수준으로 넣지 않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식품엔 보존제·산화방지제 써
인체독성 매우 약한 화학물질
식약처 허용기준 넘지 않아야
당일 판매 빵집, 보존제도 안써

양산 빵을 만드는 제빵공장이 아닌 동네 빵집은 보존제를 거의 안 쓴다. 갓 구운 빵으로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식품은 우리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3대 영양소와 비타민·미네랄(광물질) 등의 미량 영양소를 공급해준다. 그런데 박테리아·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도 식품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먹고 싶어 한다. 우리가 어렵사리 만들어놓은 가공식품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腐敗)’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부패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생물의 대사물질 때문에 고약한 맛과 냄새를 풍기게 된다. 대기 중에 들어있는 산소도 가공식품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지방 성분은 공기 중 산소와의 산화(酸化)에 의해 지방산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오래된 견과류는 퀴퀴한 맛과 냄새를 풍기게 된다. 기름에 튀긴 감자나 견과류의 포장에 질소 가스를 채우거나 밀폐하는 것도 지방 성분의 산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다.

가공식품의 고민거리 부패·산화
부패·산화는 가공식품의 생산·유통에서 매우 심각한 고민거리다. 갓 구운 빵을 자랑하기 위해 보존기술을 포기하는 동네 베이커리는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 빵은 가정에서도 보관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제빵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포장해서 편의점·마트에서 판매하는 빵도 유통기한이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수분과 유기물이 들어있는 의약품·화장품·생활화학용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해주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식품을 말리거나 훈제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전통 기술이다. 수분을 제거해서 미생물이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놓아둔 햄버거나 원시인이 살던 동굴에 남아있는 곡물이 썩지 않는 것도 수분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설탕(꿀)·소금·식초에 절이는 방법이나 효모나 유산균·아세트산균을 이용한 ‘발효’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식품 보존기술이다. 20세기에는 냉장·냉동·진공포장·냉동건조·통조림 등의 첨단기술도 개발되었다.

방부제, 독성 강해 피부접촉도 안 돼
그러나 오늘날에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살생(殺生)물질’을 이용하는 ‘화학적 보존기술’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화학적 보존에 사용하는 살생물질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부른다. 목재의 내구성을 개선하거나 생물표본의 훼손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는 포르말린·페놀·크레졸·황산구리 등은 ‘방부제’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방부제는 인체 독성이 매우 강해서 사람이 먹을 수도 없고, 피부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 피부에 생긴 상처에서 미생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살생물질은 ‘살균제’ 또는 ‘소독제’라고 부르고, 우리 몸에 침투한 세균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살생물질은 ‘항생제’라고 한다. 수분이 포함된 가공식품·의약품·화장품은 물론 비누·샴푸와 같은 생활화학용품의 부패·변질을 막아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살생물질은 ‘보존제(preservative)’라고 한다. 식약처의 ‘식품첨가물공전’에서는 그런 물질을 ‘보존료(保存料)’와 ‘산화방지제(antioxidant)’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설탕·소금·식초 이외에도 구연산(레몬산 또는 시트르산)·안식향산(벤조산)·소르브산·아스코브산(비타민 C)·토코페롤(비타민 E)·레시틴·이산화황처럼 낯선 이름의 물질도 보존제·산화방지제로 사용한다.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 유기산·비타민·단백질도 있고, 정유사에서 생산한 나프타를 분해해서 얻은 성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서 만든 합성 보존제도 있다.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보존제와 산화방지제는 방부제와 달리 인체 독성이 매우 약한 화학물질이다. 그래서 장기간에 걸쳐서 상당한 양을 지속·반복적으로 섭취하지 않는다면 굳이 인체 위해성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천연’ 보존제가 ‘인공’ 보존제보다 더 안전하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억지다. 식약처를 비롯한 각국의 식품안전관리 기관은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식품첨가물공전에는 보존제·산화방지제의 종류뿐 아니라 구체적인 품질규격과 사용방법까지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유통기한을 최대한 늘이기 위해서 보존제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빵처럼 쉽게 부패하는 특성을 가진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지나치게 길게 표시한 제품은 식약처나 지자체가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보존제 안 쓰면 변질 위험 감수해야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한 부패나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한 변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소비자의 거부감을 걱정해서 보존제를 넣지 않은 물티슈가 유통·활용 과정에서 부패해버린 사례도 알려져 있다. 보존제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이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보존제의 사용량은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해놓은 ‘허용기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 허용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보존제가 포함된 제품의 생산·유통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무엇보다 법을 지키지 않은 ‘불법제품’이기 때문이다. 허용기준은 인체 독성뿐만 아니라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허용기준이 나라마다 다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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