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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의 글로벌 이슈 진단] 이란 수렁에 빠진 트럼프, 시진핑·푸틴은 웃고 있다

중앙일보

2026.03.29 08:17 2026.03.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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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 논설위원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서 중국·러시아·이란·북한(CRINKs) 연대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연대의 핵심 축인 이란이 공격을 받고 있지만 중·러는 2024년 시리아 알 아사드 독재정권 축출, 올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 지원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중·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모험주의가 불러온 뜻밖의 ‘횡재’를 즐기는 모양새다.

중·러·이란·북한 연대, 한계 노출
러시아는 유가 급등으로 ‘횡재’
미, 대중 견제 우선 정책에 차질
미 동맹, 고유가와 파병 이중고

지난 2022년 이란 테헤란에서 이번 전쟁으로 숨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란전쟁의 승자는 러시아”
이란은 북한과 함께 4년 넘게 이어져 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지원국이었다. 과거 러시아산 무기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이란은 개전 이후 공급국으로 변모했다. 러시아군의 정밀 미사일 재고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이란은 2022년 가을부터 샤헤드(Shahed) 드론 등을 공급했다. 또 지난 10년간 서방의 석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구축한 ‘그림자 선단’을 활용한 불법 거래 네트워크를 공유해 러시아의 전시 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했다. 전후 두 국가 간 무역 규모는 전쟁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5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현재 이란에 가장 절실한 첨단 전투기, 방공 시스템, 정밀 유도무기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서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동 지역 내 미군 자산의 위치 정보를 이란과 공유하거나 개량형 드론 기술을 제공하는 수준의 지원만 하고 있다.

반면에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주변 걸프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란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말할 정도다.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이 차단되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느슨해진 틈을 타 인도·중국 등은 이를 러시아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러시아 우랄산 원유는 이란 전쟁 이전인 지난 1~2월 배럴당 평균 52달러 수준이었으나 3월엔 70~80달러 선으로 치솟았다. 키이우경제대 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개전 이후 석유·가스 판매로 하루에 최소 97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이란은 걸프 국가의 각종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공격하고 있는데 종전 후 복구에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러시아산 원유 특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봄철 대공세에 나선 러시아엔 ‘호재’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전쟁으로 미군의 주요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급 예정이었던 무기를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검토 대상에는 패트리엇, 사드(THAAD) 등 방공 요격 미사일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지난해 나토(NATO)가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목록(PURL)’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 주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전쟁 초기 16일 동안 1만1000발 이상의 탄약을 사용했고, 그 비용이 260억 달러(약 39조원)라고 전했다. 여기엔 사드 198발, 해군의 SM-2·3·6 미사일 431발, 패트리엇 402발, 토마호크 미사일 850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현재 수준으로 무기를 빠르게 소진한다면 일부 핵심 무기의 경우 재고가 한 달 내 소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미, 무기 급소진에 대중 억제력 약화
중국은 이번 이란 전쟁에 중립을 유지하면서 이집트,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의 중재 움직임에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이란 전쟁이 가져다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우선 미국의 무기 재고 부족 사태는 전반적인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 캐서린 톰슨 선임연구원은 “이번 이란 전쟁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중국을 억제할 미국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중동 상황은 미국이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는 정면 배치된다. 이 보고서는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장악력 강화와 함께 대중국 견제를 미국의 1순위 안보 목표로 정했는데, 이란 전쟁으로 인해 거꾸로 주한미군의 방공 자산과 주일미군의 해병대가 차출되고 있다. NSS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본격화해야 하는데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존친 연구원은 ABC 방송에 “중국이 진정 원하는 것은 국력 강화에 집중할 시간과 여유인데, 미국이 중동에 몰두하는 상황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희토류의 대미 협상력 강화
이란 전쟁으로 5월 14~15일로 연기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그간 각종 첨단 정밀무기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관세 압박에 맞서왔는데, 이란 전쟁으로 희토류를 활용한 대미 협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에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군사 개입 압박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에 군함 파견을 거부한 나토에 “엄청난 실수”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등 미국과 동맹 간의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역시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에 “아시아 동맹국들은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결국 동맹국들은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세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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