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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자, 보수는 참패했다” 이명박, 13년만에 처음 입 열다 [이명박 회고록]

중앙일보

2026.03.29 13:00 2026.03.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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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단독 인터뷰 ①


백전노장은 여유로웠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곱게 갈라 넘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과 보좌진에게 특유의 어투로 농담을 건네면서 인터뷰 현장의 긴장감을 녹여냈다.

막 인터뷰를 시작하려던 찰나 그가 품에서 슬며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안경이었다. 착용 중이던 수수한 은색 안경과 달리 그건 호피 무늬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채의 뿔테 안경이었다. “은색 안경에는 변색 렌즈가 끼워져 있어 혹시 색깔이 변할까 봐 하나 더 준비해봤다. 뭐가 더 좋겠느냐”는 부연 설명에서 실로 오랜만에 국민 앞에 서는 전임 대통령의 마음가짐과 긴장감이 살짝 엿보였다.

이후 3시간 동안 이 전 대통령은 85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인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탄식하고, 때로는 격노하고, 때로는 눈가를 닦으면서 파란만장한 MB 스토리를 굽이굽이 풀어냈다.
MB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서 절묘하게도 미소와 눈물 방울이 동시에 포착됐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심경이 그대로 배어난 듯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보수의 큰 어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3시간에 걸쳐 그야말로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 속에는 참담한 보수의 현실에 대한 격정적이고 애정어린 비판이 담겨 있는가 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흥미로운 일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솔직한 평가도 들어있습니다. 재임 시절의 흥미로운 비화,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와 고언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중앙플러스는 지면 제약으로 중앙일보 3월 30일 자 기사에 채 담지 못한 이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총 2만4000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라 3일에 걸쳐 전해드리겠습니다. 중요 인터뷰 장면을 담은 영상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육성을, 말 그대로 숨소리까지 느낄 정도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4월 6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담은 '이명박 회고록-나는 더 큰 대한민국을 꿈꿨다’가 역사적인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더중앙플러스에 주 2회씩 연재될 이 회고록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 2013년 퇴임하신 이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입니다. 그동안 국가적으로나 대통령님 개인적으로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먼저 국민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퇴임 이후 우리 국내 사정을 지켜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까지 경제 문제나 정치적 혼란상 등이 겹치면서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지 않으셨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걱정하는 마음을 함께 하면서 국민께 용기도 주고 위로도 주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Q :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요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시고 계신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금융위기가 닥치는 등 재임 중에는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좀 무리를 많이 했습니다. 당시 세계 유수의 학자들이 ‘한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는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공무원, 기업인, 노동자들까지 합심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또 그것을 계기로 국격이 굉장히 올라갔죠. 지금은 건강이 좋습니다. 과거 기업에 있을 때 테니스를 20년 이상 쳤는데, 그게 아마 건강의 밑바탕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퇴임 이후 지난 13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오지’(수감 생활을 의미)를 다녀오는 등 난관을 겪기도 했죠. (웃음) 지금은 아주 건강하고 바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앞두고 참모들과 같이 AI 관련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Q : 최근 2030 세대들 사이에서 소위 ‘이명박 재평가’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셨는지요. 과거의 경제 지표, 부동산 가격, 정권 재창출 성공 등이 자주 언급됩니다.

(수감 중일 때) 젊은 세대들이 편지를 정말 많이 보내서 놀랐습니다.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젊은이들이 하루에 거의 70~80통씩 편지를 보냈는데, 그중 광주의 한 젊은이가 보낸 편지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재임할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주말에 자신과 반 친구들을 데리고 상경해 ‘광우병 시위’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죠.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말이 거짓 선동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답니다. 게다가 그렇게 비판하던 사람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더라는 거죠. 그러면서 그때부터 저를 존경하게 됐다며 용기를 내 편지를 보낸다고 적었습니다. 고3 때는 방에 제 사진을 붙여놓고 공부할 정도였는데, 남들이 볼까 봐 그 위에 다른 사진을 덧붙여서 제 얼굴을 감췄다고 하더군요. (웃음) 요즘도 가끔 한강 변에서 조깅할 때마다 사진을 같이 찍자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식당에 가도 마찬가지고요. 젊은이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Q :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왜곡됐던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 세대는 정보 수집력이 좋잖아요. 그래서 ‘아 우리가 속았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요즘은 어디를 가든 우리 세대보다도 젊은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가장 크게 반겨줍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인정하자, 보수는 참패했다...갈라진 나라, AI도 걱정할 것”

Q : 보수 정권에서만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습니다. 복잡한 심경일 듯싶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 국민의힘을 향해 “당은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해야 한다”며 “따뜻한 보수, 미래를 보는 보수”를 강조하셨습니다. 현재 당 지도부나 당 밖에 있는 비주류 등 야당의 리더들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목소리를 키우며)당 지도부가 누구예요? 당 밖의 비주류가 누구예요?(잠시 침묵하다가) 그게 야당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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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보수 정책 꺼낸 건 용기" 이명박 퇴임 후 첫 인터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706

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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