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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좋은 유산균은 숫자 아닌 ‘이름’으로 기억된다

중앙일보

2026.03.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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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일곤  hy FM마케팅부문장
한때는 얼마나 많은 유산균을 담았는지가 경쟁력이었다. 제품 포장에는 ‘100억’ ‘1000억’ 같은 숫자가 크게 강조됐고, 소비자 역시 그 숫자를 기준으로 제품을 비교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소비자의 질문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가”에서 “무엇이 들어 있는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균주의 고유 식별 정보인 ‘스트레인 넘버(Strain Number)’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속(genus)·종(species)·균주(strain)’ 세 단계로 구분된다. 이를 사람에 비유하면 성과 이름, 그리고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유산균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마지막 단계인 균주에 붙은 스트레인 넘버에 따라 기능과 특성이 달라진다. 이름이 같다고 동일인이 아닌 것처럼 균주도 이 세 가지 정보로 구분된다.

먼저, 속은 가장 큰 분류다. ‘락티플란티바실러스(Lactiplantibacillus)’나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처럼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다. 그 아래 단계인 종은 세부 분류로 ‘락티플란티바실러스 플란타럼(Lactiplantibacillus plantarum)’처럼 단어 하나가 더 붙는다. 반려동물인 고양이에 빗대면 속은 ‘고양이속’ 전체를, 종은 ‘집고양이’와 같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길든 고양이의 종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차이는 그 아래 단계에서 나뉜다. 바로 ‘스트레인 넘버(strain number)’다. 균주와 그에 붙은 숫자다. 페르시안 고양이, 샴 등 고양이도 여러 품종이 있는 것처럼 속과 종이 동일하다 해도 스트레인 넘버가 다르면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다.

hy가 보유한 특허 유산균 ‘HY7714’와 ‘HY7715’도 같은 사례다. 두 균주는 모두 락티플란티바실러스 플란타럼이지만, HY7714는 피부 보습과 건강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HY7715는 면역강화, 항산화 활성과 관련된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적 차이는 스트레인 단위의 연구와 검증을 통해서만 확인된다.

결국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진짜 경쟁력은 균의 숫자가 아니라 어떤 균주를 사용했는지, 즉 균주의 정체성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hy의 경쟁력 역시 균주 연구에서 시작된다. 1976년 설립된 hy 중앙연구소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기업부설 연구소다. 현재 5100여 종의 균주가 보관된 국내 최대 규모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연구진은 수천 종의 균주를 단순히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균주에 고유한 스트레인 넘버를 부여하고 기능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며 과학적 가치를 더한다.

현재 hy는 99종의 스트레인 균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 균주 일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규 기능성 소재(NDI) 등록을 통해 안정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균주 하나를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긴 연구 과정이 필요하다. 스트레인 넘버는 그 노력의 결과이자 균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름표’와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마케팅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의 정보 수준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원료의 출처, 연구 데이터, 브랜드 신뢰도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마찬가지다. 균 수나 제형을 넘어 어떤 균주가 사용됐는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 기업은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경쟁해야 하고, 소비자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라벨 뒤에 작게 적힌 스트레인 넘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연구의 시간과 브랜드의 철학이 담겨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고를 때 한 번쯤 그 작은 숫자를 확인해 보길 권한다. 그 작은 숫자가 제품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가장 확실한 단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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