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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반려동물과 함께 봐요, 사랑하는 동물과의 한때

중앙일보

2026.03.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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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고 20년 만에 귀향하는데요. 그 추레한 모습에 막상 아내와 아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늙은 유모와 늙은 개 ‘아르고스’만 반겼다고 합니다. 21세기의 ‘전쟁터’인 직장에서 귀가한 사람들을 제일 반기는 것도 반려동물 아닐까요.
특유의 색상을 잘 드러내주는 긴 털과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목을 감싸는 털을 가슴·어깨 위에 드리운 페르시안 고양이.

유모차는 점점 줄어드는데 개모차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국내 반려견 인구는 1500만 명을, 반려묘 인구는 5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죠. 한국만의 세태가 아니라 세계적인 풍경이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말하지 못하는 이방인을 넘어 반려자가 되어 인간의 집 안으로, 삶 안으로 들어온 거예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주제로 한 전시가 화제입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특별전 ‘캣츠 앤 독스: THE GREAT CIVILIZATION’이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여의도 벙커에서 열리고 있죠. 여의도 벙커는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조사 중 발견됐고 서울시는 2015년에 지하벙커를 최초로 개방해 2017년부터 시민들을 위한 예술문화 공간으로 활용 중이에요.

지구의 경이로움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 50년간 기록한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인류 문명과 함께 길을 걸어온 동물들과의 역사와 현대 사회에서 관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하늘 위 ‘신의 시선’으로 지구의 경이로움을 기록해 온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국내에서는 12만 명 이상 관람한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전으로 잘 알려져 있죠. 그는 항공사진뿐 아니라 동물 사진으로도 명성이 자자한데요. 이번엔 땅 위로 내려와 우리 곁의 가장 오래된 벗들을 조명합니다.

이번 특별전은 작가가 50년간 기록한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인류 문명과 함께 길을 걸어온 동물들과의 역사와 현대 사회에서 관계의 의미를 재조명하죠. 전 세계의 고양이와 개, 그리고 그 집사들이 교감하는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사진전을 넘어 생명 존중과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문화와 교육의 장으로 기획됐죠.

특히 ‘반려 인구 2000만 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 동물권과 생명권이라는 시대정신을 화두로 던지고 비혼 및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21세기 사회 변화 속에서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하며, 인간이 동물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요. 작가는 인간과 동물이 주고받는 눈맞춤 속에 담긴 진정한 이해의 찰나를 포착하며, 동물을 인간이 은혜를 베푸는 대상이 아닌 고유한 단독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볼 것을 권합니다.
깜찍한 외모로 사랑받는 아메리칸 컬이 위를 쳐다보며 혀로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디.

전시는 고양이의 우주 ‘홀로 제 길을 가는 고양이’, 개의 우주 ‘We are Together’, 동물들의 우주 ‘태초에 동물이 있었다’, 작가의 우주 ‘작가 히스토리 & 미디어 영상’,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사랑한 고양이와 작가가 상상한 개, 댕냥이에게 보내는 톡톡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시장엔 고전과 현대를 관통하는 인문학적 서사가 가득합니다. 20년 만에 귀향한 오디세우스를 알아본 늙은 개 아르고스의 충직함부터, 무함마드가 잠든 고양이를 위해 옷자락을 자른 일화 속의 지극한 사랑까지. 동서양의 신화와 역사, 현대의 문학작품과 철학이 사진 작품과 어우러져 있어요.

무엇보다 터키시앙고라·벵갈·스핑크스 등 다양한 고양이들과 차우차우·카렐리안 베어 독·프렌치불독·달마시안·시베리안 허스키 등 여러 개들의 사진이 가득합니다. 작품 옆에는 각 묘종·견종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적혀 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종도 많아서 백과사전을 보는 듯하죠. 여러 예술가의 고양이와 개를 향한 헌사, 작품 속 동물과 보호자의 사연 등도 전시돼 읽는 재미가 있어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진만 봐도 마음이 흥분되고, 여러 텍스트를 읽으며 정보를 얻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우아한 고양이 샤미즈는 푸른색 눈이 인상적이고, 중형 체구에 유연하고 적당히 근육이 발달했다.

수많은 반려묘·반려견 작품 중에서도 전시 관계자가 소년중앙에 추천한 인상적인 작품들의 반려묘·반려견을 소개해 볼게요. 전시 메인포스터에 나오는 페르시안 고양이는 고양이의 우주 섹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페르시안의 털은 길고 촘촘하고 몸은 육중하고 가슴은 넓으며 어깨와 등은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죠. 특히 흰색 혹은 검은색 등 특유의 색상을 잘 드러내주는 긴 털이 특징이며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목을 감싸는 털이 가슴과 어깨 위에 드리워져 있어요.

우아한 고양이 샤미즈는 푸른색 눈이 인상적이고, 털빛을 보면 얼굴·다리·귀·꼬리에 다양한 유형의 색상을 보이죠. 중형 고양이로 유연하고 적당히 근육이 발달했습니다. 사람의 발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 작품도 인상적인데요.
얌전히 사람 발 위에 앉은 캘리포니아 스팽글드를 보면 반려인과의 유대감·친밀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얼룩 반점이 난 캘리포니아 고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캘리포니아 스팽글드가 얌전히 발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과의 유대감·친밀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고양이 유러피언 숏헤어는 튼튼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사람을 잘 따르는 성향으로 오랫동안 집고양이로 사랑받았죠.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인들과 함께한 이 고양이의 사진은 똘망한 눈매가 인상적입니다.
유러피언 숏헤어는 튼튼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사람을 잘 따르는 성향으로 오랫동안 집고양이로 사랑받았다.

귀가 돌돌 말리고 넓은 타원형의 눈이 깜찍한 외모로 사랑받는 아메리칸 컬은 털이 짧고 촘촘하며 비단처럼 보드라워요. 사진 속 고양이는 보송보송한 털뭉치 같은데 위를 쳐다보며 혀로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죠.


고양이와 인간에 관하여 작성한 글들도 볼거리입니다. 화가 피니는 '반항아, 반역자, 고독한 자, 고립된 자들이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썼죠. 어쩌면 우리는 복종을 거부하는 고양이의 독립심에 감탄하고 더욱 마음에 들어하는지도 몰라요. 고양이는 원할 때만 복종하는데 자기만의 독립적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인간의 뜻에 불복종하는 것이죠. 우리는 고양이의 기품과 우아함, 여유로운 모습 등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릅니다.

고양이를 비방하는 사람을 항상 어두운 색으로 묘사하는 피니는 "우리 곁에 있는 고양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로 가득하고, 콧수염이 까끌까끌하고, 갸르랑거리는 소리로 가득한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추억을 되살린다. 녀석들은 모종의 질서, 즉 위태로운 소유 본능이나 물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면이 있다. 거만하고, 시기심 많고, 융통성 없고, 예민하고, 인색한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졸한 존재들이 고양이에게 자기 죄를 덮어씌우거나 아름다움에 대해 복수하기를 원한다"고 했죠.
황금색 웨이브진 털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는 천사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성격이 순해 많은 애견인이 가장 키우고 싶어하는 개로 손꼽힌다.

개의 우주 섹션에서는 세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와 함께 사진을 찍은 꼬마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이름처럼 부드럽고 윤기 있는 황금색의 웨이브진 털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의 체고는 수컷 58~61cm, 암컷 55~57cm이며, 무게는 수컷 29~34kg, 암컷은 25~29kg으로 수컷이 암컷에 비해 큰 편이에요. 천사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순한 성격이라 많은 애견인이 가장 키우고 싶어하는 개로 손꼽히죠. 물속에서도 사냥감을 회수해오는 멋진 수렵견으로, 머리가 영리해 인명 구조와 마약 탐지, 안내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 다른 사람을 잘 따라가기도 하고 사회성이 좋아 아이에게도 관대해 외국에서는 자폐아의 사회성 육성에 활용되고, 국내에서는 안내견으로 활용됩니다.

사자와 곰을 연상시키며 찡그린 얼굴이 귀여운 차우차우는 검푸른 혀와 짧고 뻣뻣한 걸음걸이가 특징이다.

페키니즈·퍼그·시추·샤페이 등과 함께 중국 유래의 대표 견종 중 하나인 차우차우도 전시장 한켠을 장식하고 있죠. 고대 중국 북부에서 기원한 오랜 역사를 가진 차우차우는 한족·몽골족·타타르족 등이 사냥견과 경비견으로 주로 활용했습니다. 또한 고대 몽골에서는 생활필수품인 모피 생산용으로도 길러졌다고 해요. 중국이 쇄국 정책을 고수해 1800년경까지는 중국 바깥 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가 18세기 후반에 영국-프랑스 제국주의의 중국 침략 과정에서 영국에 도입되었죠. 18세기 무렵, 영국 상인이 중국과 교역할 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대화를 나누다 교환한 말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어요. 사자와 곰을 연상시키며 찡그린 얼굴이 귀여운 용모로 가정의 반려견으로 인기가 있죠. 검푸른 혀와 짧고 뻣뻣한 걸음걸이가 특징이며, 위엄 있고 차분한 성격으로 독립심이 뚜렷하지만 주인에게 매우 애착을 느끼며 한 사람만 따르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도베르만 핀셔는 세계 각국에서 경찰견·군견이자 장애인 안내견, 수색 및 구조견, 스포츠견 등으로 활약 중이다.

‘동물들의 우주’ 섹션에선 도베르만 핀셔와 여자아이가 마주 앉아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베르만 핀셔는 세계 각국에서 경찰견·군견이자 장애인 안내견, 수색 및 구조견, 스포츠견 등으로 활약 중이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소속으로 활약하기도 했는데요. 괌의 군견공동묘지에는 당시 희생된 25마리의 도베르만을 위한 청동 조형물 ‘언제나 충성!’이 세워져 있어요. 특히 경찰견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헌병견’이라는 별칭도 붙여졌으며, 20세기 초에 경찰견으로 공인되죠. 길고 날렵한 쐐기형 주둥이에 아래로 처진 넓은 삼각형 귀를 갖고 있어 용맹해 보이도록 짧게 잘라 직립하게 하기도 했는데, 동물복지 관점에서 논란이 커지면서 금지하는 추세예요. 활동량이 많아 키우는 데 많은 운동이 필요하며, 매우 영리하고 빠르게 반응하지만 공격성을 갖고 있어 순종 훈련과 사회화가 매우 중시됩니다.

반려견과 찍은 가족사진. 입양가정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옆에는 안내견이 가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반려견과 찍은 가족사진도 많이 보여요. 특히 서양인 사이에 휠체어를 탄 동양계 여인이 자리한 사진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입양가정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옆에는 안내견이 가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사람과 동물간 공존의 의미를 느끼게 하죠.


마지막 공간에서는 전시 작품을 인공지능(AI)으로 재구성한 특별한 영상도 만날 수 있는데, 마치 내가 작가가 되어 사진을 찍으러 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이번 전시는 캐리어 지참 시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해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할 수 있는 전시로도 눈길을 끌어요. 수익의 일부는 미래세대 교육과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기부될 예정이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함께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마세요.


‘캣츠 앤 독스: THE GREAT CIVILIZATION’
기간 5월 14일(목)까지(공휴일 제외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지하76 여의도 벙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어린이 1만1000원



한은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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