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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조선시대에서 넷플릭스로 이어진 유행…허리에 찰까 가방에 달까 '노리개'

중앙일보

2026.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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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스타디움을 팬들로 가득 채우는 케이팝 슈퍼스타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미라·조이가 공연이 없을 땐 용감한 악마 사냥꾼이 되어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내용을 담았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전 세계 22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거머쥐는 등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시온(왼쪽)·정우빈 학생기자가 우리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키링에 대해 알아봤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으로도 이어졌어요. 극중 배경이 서울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갓·도포·노리개 등 한국 전통 복장을 입고 등장하기 때문이죠.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공예 체험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크게 증가했어요.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 헌트릭스 멤버들이 착용한 장신구인 노리개를 만드는 클래스 예약 건수는 크리에이트립 이용자 데이터 기준 전년 대비 약 2133% 급증했죠.

본래 노리개는 저고리고름이나 치마허리에 차는 여인들의 장신구인데요. 최근 각종 키링(key ring)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문화가 유행하며 노리개 역시 키링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났죠. 정우빈·이시온 학생기자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원이메이드 공방을 찾아 홍하나 대표와 함께 노리개 키링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자개로 주체 장식하려면 플라스틱판 위에 자개를 배열하고 레진으로 고정한다.
플라스틱판의 테두리에 분패를 추가하면 멋스러움이 더 살아난다.
"오늘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이 만들어볼 소품은 노리개에서 영감을 얻은 키링이에요. 이 수업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노리개라고 소개했는데, 대부분 노리개는 한복에 다는 장신구라는 고정관념을 갖더라고요. 그래서 키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노리개 키링으로 부르고 있죠."

국립민속박물관이 2017년 발간한 『한국의식주생활사전 의생활 편』에 따르면 노리개는 목걸이나 귀걸이를 대신해 조선시대 발달한 여인의 장신구예요. 조선시대는 신분제 사회였지만, 노리개는 왕족·양반 등 상류층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계층에 상관없이 몸에 차던 장신구였죠.

허리춤에 매다는 우리나라 장신구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리개의 기원은 허리띠에 매달아 늘어뜨리는 꾸미개인 요패(腰佩·띠드리개)로 추정돼요. 경북 경주시 황남동 미추왕릉 지구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 무덤인 황남대총의 북쪽 무덤에서 발견돼 1978년 국보로 지정된 황남대총 북분 금제 허리띠(皇南大塚 北墳 金製 銙帶)를 살펴보면, 길이 120㎝의 금 허리띠에 길이 22.5∼77.5㎝ 길이의 여러 요패가 달린 것을 볼 수 있죠.
자개로 주체 장식하기 첫 번째 단계인 종이 위에 도안을 그리고 여러 모양의 자개를 조합 중인 정우빈 학생기자.

허리에 다는 장신구의 역사는 고려로 이어집니다. 1123년(인종 1)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12세기 당시 고려 사회를 살펴보고 쓴 견문록인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여성들이 향을 넣어서 차는 주머니인 향낭(香囊)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는 기록이 등장하는데요. 당시 고려의 여성들은 향낭을 금방울과 비단 등으로 장식했다고 해요. 이렇게 요패와 향낭 등으로 이어지던 허리 장식은 고려 시대에 비해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진 조선시대가 되자 노리개의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리개는 진귀한 패물이었기 때문에, 대대로 후손에게 물려주곤 했어요. 또 혼인 등 특별한 의례에 예물이나 선물로 교환하기도 했죠. 노리개의 형태는 위에서부터 노리개를 옷에 걸기 위한 부위인 띠돈, 주요 장식물인 주체, 주체 아래의 매듭, 매듭 아래의 장식술로 구분해요. 주체·매듭·장식술을 하나로 연결해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은 끈목이라 하죠.

주체는 노리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인데요. 신분이 높거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경우 주체의 재료가 값비싼 귀금속이나 보석 등으로 매우 화려했습니다. 금·은·동 등 금속류, 백옥·진옥·비취옥·홍옥 등 옥석류, 산호·진주 등 보패류 등은 물론, 염색한 실 등으로 수를 놓은 비단도 사용했죠. 반면 서민 계층의 여인은 색색의 헝겊 조각 등을 활용해 주체를 만들었어요.

자개를 플라스틱판 위에 고정하기 위해 레진을 바르는 중인 이시온 학생기자.
주체의 개수가 하나인 것은 단작(單作)노리개, 세 개인 것은 삼작(三作)노리개라 해요. 예를 들어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 중인 광복 이후 단작노리개를 보면 주체의 개수가 하나이며, 마름모 형태에 꽃 자수를 놓은 형태죠. 반면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 중인 영친왕비 밀화·산호·공작석쌍동자삼작노리개를 보면, 두 명의 동자가 다소곳하게 서있는 모습의 주체를 각각 산호(珊瑚)·공작석(孔雀石)·밀화(蜜花)의 세 가지 보패로 만들어 매듭과 장식술을 연결한 형태입니다.

노리개의 역사와 종류를 알아본 우빈·시온 학생기자는 자개로 장식한 노리개 키링을 만들기로 했어요. 전복·조개 등 어패류의 껍데기를 얇게 가공해 다양한 형태로 만든 공예 재료를 자개라 하죠. 자개를 표면에 장식한 플라스틱판을 주체로 삼아, 주체와 장식술로 형태를 간소화한 단작노리개를 키링의 형태로 만들 겁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주체로 삼을 플라스틱판의 형태를 정하는 겁니다. 홍 대표가 준비한 노리개 키링의 주체가 될 플라스틱판 위에는 고리를 걸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어요. 우빈 학생기자는 항아리 모양, 시온 학생기자는 원형의 판을 골랐죠.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개를 플라스틱판 위에 아름답게 배열하는 거예요. 홍 대표가 "이건 전복의 껍데기를 가공해서 만든 자개예요"라며 여러 형태의 자개를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습니다. 전복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자개 공예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료죠.

자개로 장식한 운학문이 녹색 장식술과 만난 이시온 학생기자의 노리개 키링.
학·구름·꽃·나비 등 각각 0.5cm~1cm 정도의 크기임에도 사물의 세세한 형태가 살아있는 자개를 보던 우빈 학생기자가 "이걸 어떻게 다 가공하신 건가요"라며 궁금해했어요. "작은 면적에 원하는 형태를 다 표현해야 하므로 원하는 디자인을 정한 뒤 레이저로 절단해서 가공해요. 그럼에도 새처럼 형태가 복잡한 경우에는 목이나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죠. 아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참고로 전통적인 방식의 가공법은 자개를 차를 달인 물이나 식초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원하는 모양대로 가위·칼 등으로 오리거나 잘라서 만들어요.

주체에 사용하는 여러 장식과 문양은 길상(吉祥)과 기복(祈福)을 상징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용맹함의 상징인 호랑이의 발톱엔 악귀를 쫓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고, 방울엔 사악함을 쫓고 경사를 부르고자 하는 소망이 담겼죠. 또 박쥐·매미는 복과 덕을 염원하는 상징이었으며, 석류·포도·연꽃·표주박·붕어 등은 다산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빈·시온 학생기자는 구름과 학 모양의 자개를 선택해 플라스틱판 표면에 장식했는데요. 우리 전통 문양에서 구름과 학은 각기 장수를 나타내며, 이들을 함께 표현한 문양을 운학문(雲鶴文)이라 하죠. 그런데 운학문으로만 장식하니 플라스틱판의 가장자리가 비어서 뭔가 허전해 보였어요. 이럴 때는 자개를 가루의 형태로 만든 분패를 활용하면 좋아요. 운학문에 분패를 가장자리에 두른 플라스틱판은 레진을 바른 뒤 UV레진 경화기에서 굳혀줍니다.
항아리 모양 주체에 운학문을 장식하고 보라색 장식술을 단 정우빈 학생기자의 노리개 키링.

이렇게 각각 항아리 모양과 원형 플라스틱판에 학이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주체가 완성됐어요. 마지막으로 주체에 장식술을 달아줄 거예요. 시온 학생기자가 "어떤 색의 장식술을 달아야 할지 고민이 돼요"라고 하자 홍 대표가 "플라스틱판이 검은색이기 때문에 주체를 강조하고 싶다면 무채색의 장식술을, 화려함을 더하고 싶다면 원색 장식술을 달면 좋아요"라고 조언했죠.

고민하던 우빈 학생기자는 보라색, 시온 학생기자는 녹색의 장식술을 택했습니다. 장식술까지 더하니 나만의 노리개 키링 완성이네요. 한복을 입을 때에나 다는 전통 장신구로만 생각했던 노리개의 변신이죠.

공방 안에는 노리개 키링 외에도 댕기에서 영감을 받은 만든 머리끈, 자개로 케이스를 장식한 손거울 등 우리 전통문화를 응용한 장신구와 생활용품이 곳곳에 가득했어요.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지역 박물관의 소장품을 기초로 만든 문화상품을 '뮷즈(MU:DS)'라 하는데요. 1월 13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2025년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의 연간 매출액은 약 413억3700만원으로 집계됐어요. 직전 해인 2024년 매출(약 212억8400만원)의 1.9배 수준입니다. 우리 전통문화와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뮷즈의 매출 또한 증가한 거죠. 노리개·댕기·자개 외에도 어떤 전통 공예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응용할 수 있을까요.


동행취재=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중1)· 정우빈(경기도 홈스쿨링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자개로 만든 공예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예품 중 하나인데요. 반면 노리개라는 물건은 조금 생소했습니다. 노리개는 조선시대에 허리에 다는 장식품이었다고 해요. 이번 취재에서는 노리개와 자개를 합친 키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주체가 될 플라스틱판을 자개로 디자인할 때는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먼저 종이에 도안을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그대로 플라스틱판에 옮겼죠. 자개를 레진으로 굳히는 작업을 완료한 이후에는 술을 달았어요. 그냥 자개만 있을 때도 아주 예뻤지만, 술을 다니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어요. 노리개라는 물건은 생소했지만, 좋아하는 자개라는 재료와 합쳐지니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왔어요. 평소에도 공예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취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특히 자개는 바라보고 있으면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무언가는 만드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노리개 키링을 볼 때마다 이번 취재와 취재로 배운 노리개에 담긴 뜻과 의미가 기억날 것 같아요.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원이메이드 공방에서 자개 노리개 키링을 만들어 봤습니다. 노리개는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이 차고 다니는 장신구였어요. 노리개의 주체에 사용하는 장식과 문양의 종류에 따라 나와 주변 사람들이 악귀의 공격을 받지 않게 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죠. 우리나라 전통 자개는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드는 법도 까다로워 현대에 와서는 이 전통 방법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더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 손으로 하던 것들을 기계로 대체하기도 하고, 장식한 자개를 표면에 고정할 때 쓰는 옻도 취미생활로 만들 때는 레진·바니시를 사용하기도 하죠. 자개는 조개를 가공해서 만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의 전통을 현대식으로 경험하며 전에는 잘 몰랐던 자개와 노리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돼 좋았습니다.

정우빈(경기도 홈스쿨링 6) 학생기자






성선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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