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파격적인 타순을 실험했다.
그동안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리드오프로 배치하면서 타순 테스트를 시작했다.
레이예스가 누구인가. 2024년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안타(202안타) 신기록을 세우고 2년 연속 리그 최다안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정상급 타자다. 장타력은 다소 부족했지만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과시하면서 2년 연속 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부족한 장타력 덕분에 롯데도 레이예스의 교체를 어느 정도는 알아봤지만, 월등한 대체자를 찾기는 힘들었고 올해 3년 연속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여러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레이예스가 롯데 내 최고의 생산력을 가진 타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제일 좋은 타자를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서게 하는 방법은 결국 1번 타자 배치다. 전통적인 1번 타자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지만, 현대 야구의 관점에서는 생산력이 제일 좋은 타자를 1번, 혹은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게 맞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1번 타자로 나서고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2번 타자로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OSEN=대구, 조은정 기자]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이 열렸다.개막전 선발 투수로 삼성은 후라도를 롯데는 로드리게스를 내세웠다.7회초 1사 3루에서 롯데 레이예스가 달아나는 좌월 투런포를 날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6.03.28 /[email protected]
하지만 롯데의 레이예스 1번 배치는 선결 조건이 있었다. 레이예스를 뒷받침할 만한 생산력을 보여줄 2번 타자가 필요했다. 만약 고승민 나승엽 등 대만 캠프에서 사행성 오락실을 방문한 게 드러나면서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있었다면 이 고민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었지만, 이들 없이 타순을 꾸려야 했다.
김태형 감독도 레이예스를 1번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 “원래 구상은 1번 레이예스”라면서도 “2번 칠 사람이 마땅히 없다. 레이예스가 1번에 나가더라도 2번 타자가 약하면 레이예스와 승부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범경기 기간 2번 타자 찾기에 머리를 싸맨 김태형 감독이다.
결국 시범경기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한 손호영을 2번 타자로 낙점했다. 이후 윤동희, 전준우가 3,4번에 배치하는 그림을 그렸다. 손호영은 시범경기에서 11경기 타율 3할8푼2리(34타수 13안타) 1홈런 10타점 8득점 OPS 1.020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부터 허용된 어뢰배트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절치부심 하면서 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무엇보다 시범경기에서 3볼넷 3삼진으로 개선된 선구안을 보여줬다.
2024년 LG에서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후 102경기 타율 3할1푼7리(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OPS .892의 성적을 기록하며 ‘복덩이’로 등극한 손호영이다. 그러나 손호영은 지난해 97경기 타율 2할5푼(328타수 82안타) 4홈런 41타점 OPS .636의 성적에 그쳤다.
“야구장을 보면 ‘저기가 내 자리구나’라고 하고 바로 갈 수 있는 포지션이 없다. 제 자리가 아예 없다”라면서도 “백업 하려고 야구하는 건 아니다. 다들 주전이 되고 싶어한다. 나 역시도 조용히 칼을 갈고 있는 것이다”고 간절하게 부활을 준비했던 손호영이다. 그리고 외야를 준비했던 손호영은 출장정지 징계 선수들의 이탈로 다시 3루수로 돌아왔다. 2경기 모두 2번 타자로 출장한 손호영은 레이예스의 짝궁은 자신이라고 시위하듯 맹타를 휘둘렀다. 28일 삼성과의 개막전 KBO리그 1호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29일에는 멀티 홈런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손호영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2020년(3연전) 이후 5년 만에 개막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28~29일, 레이예스는 두 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냈다. 손호영이 존재했기에 레이예스의 홈런 2방도 가능했다. 손호영의 2번 배치가 주효한 장면이었다. 28일 3-0으로 앞서던 7회 1사 3루 상황에서 레이예스의 투런포가 터졌다.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야 했던 삼성이었지만 뒤에 버티는 손호영과 윤동희도 부담스러웠다. 결국 레이예스와 승부를 택했지만 결과는 홈런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29일 7회 레이예스의 스리런 홈런에 이어 손호영이 백투백 홈런을 터뜨린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2사 1,2루 기회에서 레이예스를 상대하기 위해 삼성은 좌완 배찬승을 투입했다. 좌타석보다는 우타석에서 레이예스를 상대하기 위한 수였다.
2아웃이었고 1,2루였지만 베이스가 하나 비어있었다. 승부를 조심스럽게 피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레이예스와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뒤에 손호영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결국 초구 몸쪽 패스트볼 승부를 했지만 레이예스가 스윙 한 방으로 삼성의 의지를 무력화 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손호영까지 쐐기의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공인구가 ‘탱탱볼’이라는 의혹이 있지만, 어쨌든 손호영은 간절하게 복덩이 모드를 되찾으려고 한다. ‘초강력 1번’에 걸맞는 ‘강한 2번’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