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기축통화인 달러가 미국의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과 유럽이 '통화 해방' 움직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미국 저명 경제학자의 관측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기축) 통화가 하나인 게 효율적이지만 이 경우 모두가 변덕스러운 미국의 인질로 남게 된다"면서 "중국·유럽은 오랫동안 이를 용인해왔지만 이제 자신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더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달러가 더는 지배적이지 않은 더 다극화된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신용카드를 예로 들면) 하나 대신 카드 3∼4개를 갖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달러는 여전히 맨 위에 있겠지만 더 작아진 언덕의 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위 등 금융강국 목표를 밝힌 과거 연설이 지난 2월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를 통해 공개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시 주석은 여기서 "강력한 통화를 갖춰야 한다. 국제 무역·투자와 외환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한편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강력한 중앙은행, 금융강국 건설 등에 대해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에 대해 "극도로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과거에는 중국 기술관료들이 위안화 독립성 확대를 원했지만 최고 지도부가 반대했는데 이제 시 주석이 의지를 밝힌 만큼 기술관료들도 적극 나설 것으로 봤다.
그는 "(위안화 기축통화를 위해서는) 많은 단계가 있지만 완전 개방된 자본시장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이 국채 시장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하고 상당히 정교한 선물시장과 금리 스와프 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도 1940∼1970년대 외국인 투자에 많은 제한을 뒀지만 달러가 기축통화로 기능했으며, 대신 국제 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움직여서 중국 국채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게 되면, 기축 통화에 대한 시 주석의 목소리를 수용하려는 외국 선호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향후 5년 이내에 발생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달러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매우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안화 기축통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 중국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용인하고 있다며 이 경우 대규모 외환 보유고도 필요 없게 된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의 주목적이 환율 안정에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주도 국제결제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를 벗어난 자체 시스템도 필요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훨씬 낮은 비용으로 따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고프 교수는 유로화와 관련해 "(미국이 합병 가능성을 거론한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와 관세전쟁 이후 유럽인들이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한 자신들의 취약성에 대응하기 위해 훨씬 더 열정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봤다.
이어 "중국이 자체적인 금융 인프라를 갖추려 하는 것과 비슷하게 유럽도 움직이고 있다"면서 기축통화가 하나면 효율적이지만 지난해 이들이 달러화 무기화 가능성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로고프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지하경제에서 인기가 있지만 합법적인 경제 영역에서 달러 지위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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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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