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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예산 800조원 육박…'적극재정' 유지하되 의무지출 10% 줄인다

중앙일보

2026.03.29 21:51 2026.03.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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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내년 정부 예산이 역대 처음으로 800조원 가까운 규모로 짜여진다. 예산은 인공지능(AI) 전환, 지방 소멸 대응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대신 정부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조정이 어려운 ‘의무지출’도 법 개정을 통해 10%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병행하기로 했다.

30일 기획예산처는 이런 내용의 ‘2027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 과정 전체를 주관한 첫 번째 예산안이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 등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각 부처는 예산안을 요구할 때 이를 따라야 한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기본 방향에 대해 “국정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한다”며 “그러면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는 절차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안(728조원)보다 5.0% 증가한 76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현재 편성 중인 약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반영되면 내년 예산은 8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정부 예산은 2017년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는데, 10년여 만에 나라 살림 규모가 약 2배로 늘어나게 된다.

박경민 기자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투자할 4대 중점 분야로 ▶AI 전환(AX) 등 성장 패러다임 전환 ▶5극·3특 성장엔진 육성 등 지방 주도 성장 ▶스타트업·청년 등 모두의 성장 통한 양극화 구조 개선 ▶안전·평화 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

가장 앞에 세운 건 AX와 녹색 전환(GX)이다.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을 지원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업종별로 제조·실증·보급 각 단계의 AI 도입을 추진하고,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해 AI 산업 생태계를 키울 계획이다.

또 권역별 주력산업을 대규모 AX 연구·실증과 연계해 생산성을 높인다. 수도권 중심 성장을 벗어나 지방 성장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통합 지방정부에는 연 최대 5조원, 4년간 2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다. 공공기관 이전도 적극 지원한다. 특히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재정사업 지방 우대원칙’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올해 예산에는 아동수당 등 7개 사업을 대상으로 지방 우대를 시범 적용했는데, 내년부터는 각 부처가 적용 대상 사업을 발굴해 예산안을 요구하도록 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예산안 편성지침에는 ‘지출 구조조정 기준 및 추진 방안’도 포함됐다. 여기서 기획처는 재량지출과 의무지출을 각각 15%, 10%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의무지출은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령에 규정돼 있는 정부 예산으로, 기초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이 대표적이다.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의무지출 규모는 갈수록 늘어 지난해 365조원에서 2028년이면 433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의무지출 감축 목표치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무지출을 조정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기획처는 각 부처에 의무지출을 줄일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및 입법 조치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기획처는 구체적인 의무지출 감축 대상 사업을 꼽지는 않았지만, 정부 안팎에선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조용범 실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전체 의무지출을 대상으로 구조조정할 생각은 없다. ‘10% 감축’이라고 했지만, 복지 제도로서 줄일 수 없는 것은 모수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복지 사업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기획처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시·일몰 사업인데도 그간 반복적으로 기한을 연장해 온 사업도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를 통해 사업 성과를 점검해 성과가 낮은 ‘감액’ 대상 사업은 전년 대비 예산을 10% 이상 감액하거나, ‘폐지’ 사업은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민간 대비 사용료가 크게 저렴한 국립시설 입장료 등을 현실화해 공공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익자 부담 원칙도 강화한다. 대표적으로 17년간 무료로 운영돼 온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가 유력하게 검토된다.

또 예산 편성 및 지출 효율화 과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국민참여예산 플랫폼’을 통해 접수되는 국민 제안을 최우선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지출 효율화 아이디어를 낸 국민에게는 최대 600만원 상당의 포상도 실시한다.

박경민 기자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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