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대행’ 범죄를 저지른 한 일당의 총책(정모씨)이 지난 28일 구속됐지만 다른 조직들은 보란 듯이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운영책은 정씨 일당을 “흥신소 같은 이상한 곳”이라고 평가하며 “그런 곳에 의뢰하면 잡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30일 텔레그램에는 보복 대행을 의뢰하는 방이 여전히 4~5개가량 운영되고 있다. 복수를 의뢰하는 사람이 70만~100만원가량을 지급하면 브로커가 메신저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범행을 실행하는 구조다. 이들은 ‘통장 협박, 불륜, 학교폭력 가해자, 스캠피해 등 말 못 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드린다’는 등의 홍보글을 올리며 억울한 피해를 본 의뢰자들을 주로 모집 중이다.
이날 직접 한 운영책 A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송하니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 사무소는 의뢰인의 원한을 철저하게 해결해준다”며 “반드시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A는 “실질적 살해는 하지 않으나, 필요에 따라 물리적 공격 등은 있을 수 있다”며 “100% 합법적이지 않은 일이지만, 거짓 원한은 해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는 주요 보복 방법으로 ▶범죄혐의 씌우기 ▶금융활동 원천 찬단 ▶지인들에게 이미지 타격 ▶사고 위장 신체 손상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각종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며 “실제로 실형에 살거나 벌금형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에게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묻자 “의뢰 내용에 따라 후불 혹은 반 후불제로 진행된다”며 “잔금은 3일 이내에 지불해주셔야 하고, 지불이 되지 않는 경우 다음 타깃은 의뢰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답했다.
엑스(X)에서 홍보 활동 중인 다른 브로커 B씨는 ‘다른 조직은 총책이 구속됐다는데, 잡힐 가능성 없느냐’는 질문에 “이상한 데다 의뢰하신 거면 잡힐 수 있겠지만, 우리는 텔레그램으로만 주로 연락하니 의뢰인이 다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상대방 주소를 몰라도 괜찮느냐’ 질문엔 “필요한 부분을 모르는 경우, 저희가 별도의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며 “이 경우 금액이 추가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구속된 정씨의 일당은 한 조직원을 배달의민족 외주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켜 주소 등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전국에서 이러한 보복 대행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경기 의왕경찰서는 지난 25일 오전 1시 22분쯤 의왕시 내손동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 집 앞 현관에 인분을 투척하고 래커칠한 혐의를 받는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3명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 중 2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윗선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이날 오후 재물손괴·주거침입·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2명 중 1명에 대해서만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우려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