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민의 삶을 직접 책임질 때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주 한라대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사실 국민을 기준으로 뭔가를 선택하고 판단한다면 이념이고 개인 성향이고 이게 뭐 중요하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치라고 하는 건 ‘잘하기 경쟁’이 되어야 한다”며 “오로지 중요한 기준은 다수 국민의 최대 행복”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은 정치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며 정치인의 균형감각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잃지는 말아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빚어낸다면 그건 잘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정치는 현실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철저하게 객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독일의 정치 철학자 막스 베버를 인용해 “균형감각이라고 하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 책임을 져야 하니까”라고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특정 정치 세력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반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유 작가와 마찬가지로 막스 베버를 인용하면서도 유 작가가 옹호한 ‘가치 정치’가 아닌 ‘실용주의’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앞서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막스 베버를 인용해 민주당 지지층을 가치 중심 A그룹과 이익 중심 B그룹, 양쪽 교집합인 C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A그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탱해 온 민주당의 핵심 코어 지지층”이라고 치켜세웠고, B그룹을 향해선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척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본인의 정치적 성공”이라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특히 검찰 개혁 논의 과정에서 제도 안정성에 무게를 뒀던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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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에너지 문제에 잠 안 와…상황 심각”
이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도 제주 4·3에 대한 완벽한 명예 회복 조치를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공소시효를 없애 나치 전범처럼 죽을 때까지 평생 쫓아다니면서 추적 조사,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이 역사와 국민과 국가에 두려움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주로 도민 의견을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도에 해저터널을 만들자고 한다. 찬성하는 지역도 있다”며 참석자 의견을 물은 뒤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오자 “저하고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제주 신공항 건설 여부에 대해선 참석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오자 “압도적이지 않다. 여러분들이 잘 판단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정세가 초래한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한 걱정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사실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장의 문제도 그렇지만, 앞으로 미래는 더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정말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제주 지역 신차의 ‘전기차 100% 보급’ 시점을 2035년으로 밝히자, 이 대통령은 “어느 세월에 하려고 이렇게 10년씩 걸리느냐”며 보다 신속한 정책 추진을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에너지 대책을 논의했다. 강 실장은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에너지 수급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적 참여가 절실하다”며 전 국민의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했다. 강 실장은 정부와 공공기관엔 “승용차 5부제, 조명 소등, 냉·난방 기준 강화 등 가능한 모든 절감 조치를 전면 시행해 달라”고 했다. 국민을 향해서도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등 생활 속 절약 실천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해 달라”고 했고, 기업을 향해선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 분산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