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 특례를 적용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다만 환자·시민단체는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제한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약 2주 만에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여당 주도로 법사위 의결이 이뤄지면서 본회의 통과도 유력해졌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중증·응급·분만·소아·외상 등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 특례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의료진 중과실이 없고 손해배상을 충실히 이행하는 등의 조건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항목을 포함했다. 또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설명 의무,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공제 의무 가입,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한 수사 절차 개선 등을 담았다. 이에 따라 의사들의 고질적인 필수의료 기피 문제, 의사·환자 간 법적 분쟁 장기화 등을 줄여줄 거란 기대가 나온다.
환자·시민단체 등은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이 많다. 의료사고 피해자·유가족의 생명권과 평등권,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복지위 공청회나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 공론화 과정도 없이 속전속결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법안 수정 등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범위는 하위법령에 위임하지 말고, 법상 응급·중증외상·분만·중증소아로 한정해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을 조건으로 한 공소 제기 불가 형사 특례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책임보험·공제 가입이 의무화되더라도 보장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액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폐지 조항도 없애야 한다고 내세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앞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사 특례는 위헌성이 높고, 환자 인권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환자단체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법안 통과 후 환영한다는 뜻을 표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수년이 걸리는 소송을 견디다 못해 포기하거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빚더미에 올라앉는 비극이 반복됐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분쟁 해결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