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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면 홈런? 공은 죄가 없다

중앙일보

2026.03.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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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홈런 6개를 몰아치며 1위에 오른 SSG 랜더스 내야수 고명준. [연합뉴스]
프로야구에서 홈런 수가 늘어나 ‘탱탱볼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KBO리그 시범경기(60경기)에선 119개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경기당 1.98개로 2024년 1.72개(46경기 79개), 지난해 1.26개(42경기 53개)보다 눈에 띄게 많다.

정규시즌 개막 2연전(10경기)에서도 24방의 대포가 터졌다. 타자에게 유리한 소형 구장(대구·인천·창원)에서 홈런이 16개 집중됐다고는 해도, 1·2선발이 마운드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팬들은 “홈런 칠 선수가 아닌데 넘어간다” “제대로 안 맞은 타구가 담장을 넘는다”며 공의 탄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현장도 술렁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외야수들이 제일 잘 안다. 두세 발 정도 더 간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비가 좋은 LG 박해민도 타구를 제대로 쫓지 못했다”고 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공이 멀리 가는 느낌이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30일 KBO가 발표한 1차 공인구 검사 결과는 달랐다. 무작위로 수거한 공 5타(60개)의 반발계수 평균은 0.4093으로 합격 기준(0.4034~0.4234)을 충족했다.

지난해 3월 1차 검사(0.4123)보다 낮다. 무게는 1.18g 늘었고, 둘레는 0.1㎜ 커졌다. 공이 무겁고 클수록 공기 저항이 커져 비거리가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탱탱볼’은 없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렇다면 홈런은 왜 늘었을까. 용의자는 셋이다. 첫째, 타자들의 적응이다.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가 도입된 지난해 투수들은 높은 코스를 적극 활용했다. ABS는 사람 심판보다 높은 코스를 스트라이크로 잡는 비율이 높았고, 타자들은 높은 변화구에 맥없이 루킹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다르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민다. 높은 공을 올려치면 궤적상 낮은 공보다 홈런 확률이 높다.

키움 내야수 최주환은 “홈런 증가가 공인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타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우고 기술적으로도 향상됐다”고 했다. 설종진 키움 감독도 “타자들의 체력과 힘이 많이 올라가 있는 시기”라고 봤다.

둘째, 날씨다. 로버트 어데어의 『야구의 물리학』에 따르면 기온이 10도 오르면 비거리가 2.16m 늘어난다. 습도가 낮으면 공이 가벼워져 더 멀리 날아간다. 올해 3월은 개화 시기가 열흘 앞당겨질 만큼 따뜻했다. 시범경기 기간 우천 취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개막 2연전이 열린 28, 29일 낮 최고기온은 21도였다. 날이 더우니 당연히 홈런이 많아졌다.

셋째, 착시다. 지난해에도 개막 2연전에서 25개의 홈런이 나왔다. 3월 경기당 평균 홈런은 1.77개였지만 4월엔 1.48개로 줄었고, 시즌 전체는 예년 수준(1.65개)에 그쳤다. ‘탱탱볼’ 논란도 흐지부지됐다.

홈런 증가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긴 겨울을 버틴 팬들은 새 시즌을 향한 기대를 공 속에 욱여넣는다. 따뜻한 햇살, 화창한 하늘,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타구. 실제로 공이 멀리 가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번 시즌 초반의 탱탱볼 논란은 야구공의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봄바람에 흔들리는 설레는 야구팬들 마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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