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갑자기 지옥이 찾아왔다. 처음엔 가볍게 손이 떨리거나 오한을 느끼는 정도였지만, 이내 ‘조만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번졌다. 심지어 경기 도중에도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 했다. 스코어나 순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매일 밤 아내와 부둥켜안고 “나는 죽지 않는다”를 되뇌다 간신히 잠들었다.
당황스러운 변화와 마주하기 전까지 골프 선수 개리 우들런드(미국)에겐 거칠 게 없었다. 2009년 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시원한 장타로 주목 받았다. 뒤이어 정교한 쇼트게임을 추가 장착하며 정상급 골퍼로 발돋움했다. 2011년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2019년엔 메이저대회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2023년이 되자 그간 쌓아 올린 모든 게 한 순간에 무너졌다. 경기 도중 갑자기 멍하니 서 있거나 덜덜 떠는 모습에서 이상 징후를 눈치 챈 캐디의 권유를 받아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뇌종양. 뇌의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에 암세포가 파고든 게 느닷없이 죽음의 공포를 느낀 원인이었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두개골에 야구공만한 구멍을 뚫어 뇌에 번진 암세포를 걷어냈다. 종양의 위치가 시력과 운동 신경을 관장하는 뇌 부위와 가까워 더 이상 골프를 못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 우들런드는 4개월 만인 2024년 1월 소니오픈을 통해 깜짝 복귀전을 치렀다. 머리에 선명한 수술 자국과 함께 돌아온 그는 “다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승리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수술 여파로 발생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영향으로 컴백 후 26개 대회에서 11차례나 컷 탈락하는 등 성적은 부진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가족과 골프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2년 2개월 뒤 우들런드는 다시 PGA 투어 정상에 섰다. 29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파70)에서 열린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총상금 99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7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상금은 178만2000달러(약 26억8000만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건 US오픈 이후 6년 9개월 만이자 통산 5번째다. 2위 니콜라이 호이고르(덴마크)를 5타 차로 제친 그는 18번 홀 마지막 퍼트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우승 직후 우들런드는 “골프는 철저한 개인 종목이지만, 오늘 만큼은 필드 위에서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면서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이 나를 보며 절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계속 싸워나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