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이 과세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거나, 핵심 내용을 삭제한 뒤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관세조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사례가 늘었다. 내야 할 세금에 비해 과태료가 지나치게 낮다 보니 버티기를 선택하고 있다.
30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수입업체의 자료 제출 지연으로 관세조사가 중지된 사례는 총 708건이다. 이 가운데 전체 수입 기업 수의 1.6%에 불과한 다국적 기업(글로벌 기업)이 427건(60.3%)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다국적 기업의 관세조사 중지는 2021년 58건에서 지난해 104건으로 급증했다.
과세자료 제출 거부·방해 사례가 늘면서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다국적 기업은 지난해 기준 관세조사 종결까지 평균 104일이 걸렸다. 국내 기업 평균(67일)보다 1.6배 길었다.
이런 행태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제재를 받는데 상한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복 부과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수관계자 거래의 경우에도 2차 과태료를 포함한 상한이 3억원에 그친다. 다국적 기업 평균 추징세액인 35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제재 수준이 현저히 낮다.
정부는 대안으로 관세 분야에도 국세와 같은 이행강제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행강제금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하루 단위로 부과할 수 있다. 박 의원은 “국세청과 같이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하고, 조사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불복·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