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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킹” 뒤엔 쇼킹 지표…미국 서민경제 3중고 심상찮다

중앙일보

2026.03.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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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서민경제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주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트럼프 ‘노 킹스(No Kings)’ 시위는 이란 사태 이후 가중된 서민경제 부담이 직접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산유국인 미국은 큰 돈을 번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반대다.

가장 체감도가 높은 변화는 휘발유 가격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월 말 갤런당 2.98달러 수준이던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 3.98달러로 치솟으며 한 달 사이 약 1달러 상승했다. 상승률은 33.6%에 달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평균 가격은 갤런당 5.87달러 수준까지 올라섰고, 일부 주유소에서는 8.77달러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고가 사례도 나타났다. 환율 1500원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한국보다 비싼 L당 약 3480원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가 필수인 환경에서 미국인이 이동을 삼가는 이례적 현상까지 벌어진다. 글로벌 금융 리서치·투자 분석 기관 모닝스타는 “고소득층은 유가 상승에도 주행량을 늘리는 반면, 저소득층은 운전을 포기하는 ‘K자형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캠핑이나 근거리 여행 등 비용 부담이 적은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집에 머물거나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저비용 휴가)’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요금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25일 미 우정청(USPS)은 배송요금을 8%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급등한 운송 연료비 부담을 반영한 조치로, 오는 4월 26일부터 2027년 1월 17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뉴욕의 최대 에너지 공급업체 콘 에디슨은 천연가스 수급 불안을 이유로 4월 고지서부터 15~20%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이는 기업의 유통·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생활비와 식료품 가격 상승을 자극하며 가계에 짐을 지운다.

금리 상승도 서민의 어깨를 짓누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한 달 사이 연 3.97%에서 4.44%로 0.47%포인트 뛰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했다. 모기지은행협회 기준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는 2월 말 5.98%에서 3월 말 6.43%로 올라섰다. 금리가 오르자 주택 구매는 줄고 주택시장이 경직되는 모습이다. 결국 집을 사지 못한 수요가 임대시장으로 몰리며 월세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은 주담대는 물론 결국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 등 다른 금융 비용까지 끌어올리며 가계 부담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6%로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특히 경제정책 지지율은 29%, 생활비 대응 평가는 25%로 전체 평균보다 더 낮았다.

미국의 경제 충격은 국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인의 가처분소득이 줄면 가전·자동차·IT 기기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 수요가 둔화한다. 여기에 미 금리 상승으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면 원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내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은행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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