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세상의 모든 사건들을 저항 없이, 삭제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차츰 불어나고 있을 뿐이다. 보다 커다란 품을 만들어갈 뿐이다. 바다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고 이 사실은 때때로 쓰나미 같은 용기를 내게 선물해 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바다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한로로, 『자몽살구클럽』
노래는 좋지만 소설까지? 반신반의하며 펼쳐 든 책에서 저 문장을 만났다. 바다 앞에 설 때마다 하염없이 느껴지던 감정의 정체가 선명해지는 듯했다.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사진)의 책이다. ‘자몽살구클럽’. 상큼하게 톡톡 터지는 제목이지만 사실은 ‘자살’ ‘살구(살고)’라는 키워드를 숨긴 단어다. 죽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자몽살구클럽’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나의 낡은 울타리가 고쳐지기 시작한다. 몇십년을 움직이지 않던 먹구름이 바람 머금어 저 멀리 날아가자 그 뒤 숨어있던 빛이 나의 가슴에 눈부시게 쏟아진다. 서서히 팽창하는 가슴 두 쪽에는 눈물겨운 따스함이 차오른다. 죽은 줄 알았던 희망들이 햇빛 아래서 무럭무럭 자라나 울타리 안을 빠르게 채운다. 피어난 희망들이 마침내 힘차게 합창한다. 살구 싶네. 살구 싶어라. 살구 싶어.”
소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동명 앨범도 있다. 음원차트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수록곡 ‘0+0’은 이 소설의 연장선에 있다.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너도 영영 그럴 거지.”(‘0+0’)
처음 들었을 땐 그저 ‘나도 널 버리지 않고 너도 날 버리지 않을 거지’란 사랑 얘긴 줄 알았는데, ‘내가 널 버리지 않듯, 너도 널 버리지 않을 거지’란 당부의 뜻임을 깨닫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청춘의 아픔과 희망을 함께 얘기하는 한로로의 노래들은 영어 가사로 범벅된 K팝에 감흥을 잃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영원을 꿈꾸던 널 떠나보내고 슬퍼하던 날까지도 떠나보냈네. (…)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사랑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