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얘기 하나. KAIST 총장은 누가 뽑을까. ‘이사회가 있으니, 당연히 이사회가 뽑는 거 아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이사회는 거들뿐, 실은 대통령실에서 정한다. 이사들은 ‘위쪽의 뜻’을 받들어 한 표를 행사할 뿐이다. 그게 ‘전통’이다. 현 총장의 임기가 지난해 2월 끝났지만, 아직도 차기 총장을 뽑지 못한 이유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4년 하반기,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시작돼 3배수 후보까지 추렸다. 하지만, 그 사이 계엄과 탄핵,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면서 뜻을 내릴 ‘위쪽’이 마구 흔들렸다. 지난 2월 말이 돼서야 간신히 열린 이사회는 3명의 기존 후보 중 아무에게도 과반의 표를 주지 않았다. ‘총장 후보를 새로 뽑아라.’ 바뀐 정권의 뜻이 그랬다. 총장 임기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결국 재공모 절차가 시작됐다. 복잡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고, 일러야 7월에나 새 총장이 선출된다. 4년 임기가 끝난 총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과 실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KAIST 이사회는 총장 선출에서 왜 거수기 역할밖에 할 수 없을까. 과학기술원법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게 돼 있지만, 이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와 과기정통부 장관이 승인이 있어야 한다. 후보 압축 과정에서도 ‘인사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실의 실질적인 심의와 개입이 이뤄진다. 힘 있는 곳에서 대학을 발전시킬 능력 있는 총장을 제대로 내정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때그때 엽관(獵官), 즉 내 사람 심기다. 일 잘 하는 총장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KAIST에 총장 연임 규정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건, 거의 매번 잘못 뽑았다는 걸 인정한다는 것인가.
최근 발표된 네이처 인덱스는 ‘중국 대학의 정상 석권과 한국 대학의 추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술 패권 시대 속 대학 총장은 엽관의 자리가 되어선 안된다. 국가의 미래를 심고,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하는 자리다. 총장 선출을 위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
KAIST와 달리 총장 직선제를 운영 중인 국립대가 잘하고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정말 대학을 키울 리더를 제대로 뽑아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기자도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위쪽, 즉 대통령실의 뜻인 것까진 알겠는데, 그게 대통령실 누구의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