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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에 잘못된 신호 준다, 미 ‘하르그섬 점령’ 딜레마

중앙일보

2026.03.30 08:23 2026.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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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통한 종전과 지상전 전환을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전 접근법이 한반도 안보에도 조용한 파장을 일으킬 조짐이다. 이란과의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가 엄포를 놓은 지상전이 현실화할 경우 미 안보 자산이 중동에 집중되며 한반도에 나비효과가 닥칠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유지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날 경우 이 틈을 노린 중국의 굴기나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등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다만 그렇게 된다면 일정 기간 그곳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지상전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고심은 깊어지는 기류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던 미사일 방어체계를 중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군사자산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상전 현실화는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보다 근본적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이 냉전 종식 뒤 유지해 온 두 개의 전쟁 기조는 핵심 지역 두 곳에서 한꺼번에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동시 대응해 승리할 수 있는 압도적인 억지력을 유지하는 게 골자였다. 미국이 상정한 지역은 주로 중동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 이를 사실상 접어두고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운 건 의지의 문제였다. 중동전쟁의 늪에서 벗어나 동맹관계를 최대한 활용,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본토 방어에 주력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란전 장기화로 인도·태평양 지역 대비 태세가 약화한다면 이는 의지를 넘어 능력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할 의사나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은 이란뿐 아니라 북·중·러 등 반서방 연대 국가들에 위험 신호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이는 한반도 안보 공백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미 당국은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발사대·요격 미사일 등에 대한 반출 절차를 밟았는데, 지상전이 시작되면 추가 반출은 수순이라는 게 군 안팎의 의견이다.

미국이 이를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 국한하지 않고 대중 견제로 확대하는 본격적 기회와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은 러시아 북부함대, 중국 북부전구, 북한군 모두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란전쟁을 계기로 동맹 현대화의 흐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경하는 행보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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