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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필수 분야 의료사고 시 형사책임 제한 타당하다

중앙일보

2026.03.30 08:24 2026.03.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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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법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수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입법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어제(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조만간 본회의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중증·응급·분만·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환자·시민단체는 권리 침해를 우려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분명하다. 현 제도에선 의료인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위험까지 형사책임에 노출돼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필수의료 영역일수록 이러한 부담은 커진다. 이 때문에 환자 기피와 방어적 진료로 이어진다.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더는 예외적 사례가 아니다. 형사책임을 지우는 게 오히려 의료 접근성을 악화시키는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를 완화하려는 시도다. 중대한 과실이 없고 손해배상을 이행하며 설명 의무와 책임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의료진에 대한 기소를 제한하도록 했다. 동시에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절차를 보완하고, 조정 절차를 활성화해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했다. 이는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라 책임을 전제로 한 보호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환자 단체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환자 단체가 지적하듯 생명권과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는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는 것이 곧 피해자 보호로 이어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장기화하는 분쟁 과정에서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은 절대 작지 않다. 일부 환자 단체가 신속한 분쟁 해결과 보상체계 구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과 환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다. 이번 개정안이 그 출발점이 되려면 다양한 보완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의 신뢰를 높여 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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