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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00조 향하는 내년 예산…적극재정의 과속 함정 경계해야

중앙일보

2026.03.30 08:26 2026.03.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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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고 ‘2027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며 적극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올해 본예산 628조원에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하면 총지출은 754조원에 이르고, 여기에 ‘올해 대비 5% 증액’ 기조가 유지될 경우 내년 예산은 약 8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중동전쟁 영향을 고려하면 확장적 재정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재정의 과속과 그에 따른 함정이다.

이미 우리 재정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국가 총부채는 6500조원으로 1년 만에 280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율이 3%대에 그쳤지만, 정부 부채는 9.8% 급증했다. 전체 증가분의 40%를 정부가 차지한 셈이다. 재정이 경기 대응 수단을 넘어 구조적으로 팽창하면서 ‘재정 중독’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 지출과 국채 발행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국민 부담으로 전이된다. 중동전쟁과 재정지출 확대 여파로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재정지출이 확대될수록 환율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량 지출 15%, 의무 지출 10% 감축 등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축 재원을 다시 지출 확대에 투입한다면 ‘아랫돌 빼 윗돌 괴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질적 긴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국민에게 빚 부담만 더 떠안길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세수의 불확실성이다. 올해는 반도체 특수로 법인세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쟁 장기화 우려를 고려하면 하반기부터 세입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뒤처진 1%대 저성장 국면에서 재정마저 흔들리면 경제 전반의 안정성도 위협받게 된다.

결국 적극재정의 관건은 쓰임새다. 예산을 늘리더라도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성장동력 확충과 생산성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 단기 소비에 그칠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대중영합적 지출에 재정을 투입하면 빚만 남길 뿐이다. 비상 상황일수록 재정 과속의 함정을 경계하고, 정부 지출은 효과로 입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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