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 “죽이진 않고, 없는 죄 만들어준다”…보복 대행방 충격 정체

중앙일보

2026.03.30 13:00 2026.03.30 17:5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보복 대행’ 범죄를 저지른 한 일당의 총책 정모씨가 지난 28일 구속됐지만 다른 조직들은 보란 듯이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30일 텔레그램에는 보복 대행을 의뢰하는 방이 여전히 4~5개가량 운영되고 있었다. 복수를 의뢰하는 사람이 70만~100만원가량을 지급하면 브로커가 메신저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범행을 실행하는 구조다. 이들은 ‘통장 협박, 불륜, 학교폭력 가해자, 스캠 피해 등 말 못 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드린다’는 등의 홍보글을 올리며 의뢰자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한 운영책 A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송하니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 사무소는 의뢰인의 원한을 철저하게 해결해 준다”며 “반드시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실질적 살해는 하지 않으나 필요에 따라 물리적 공격 등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는 주요 보복 방법으로 ▶범죄혐의 씌우기 ▶금융활동 원천 차단 ▶지인들에게 이미지 타격 ▶사고 위장 신체 손상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각종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며 “실제로 실형을 선고받거나 벌금형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X(옛 트위터)에서 홍보 활동 중인 다른 브로커 B는 ‘다른 조직은 총책이 구속됐다는데, 잡힐 가능성 없느냐’는 질문에 “이상한 데다 의뢰하신 거면 잡힐 수 있겠지만, 우리는 텔레그램으로만 주로 연락하니 의뢰인이 다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상대방 주소를 몰라도 괜찮으냐’는 질문엔 “저희가 별도의 확인절차를 진행할 경우 금액이 추가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구속된 정씨의 일당은 한 조직원을 배달의민족 외주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켜 주소 등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한편 경찰은 보복 대행 조직이 다른 사기 조직과도 유착해 사실상 한몸처럼 움직였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실제 보복범죄를 당한 피해자 C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리딩방 사기를 당하고 이를 신고하자 다음 날 바로 보복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C씨는 “지난 1월 초 어느 날 새벽, 텔레그램의 한 투자 리딩방에 참가했다가 수천만원을 빼앗겼다”며 “이후 돈을 돌려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씨는 이날 오전 8시쯤 은행에 상대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을 했다. 이어 오전 9시엔 인천의 한 경찰서에 찾아가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하지만 7시간 뒤, 리딩방 사기 조직은 C씨에게 협박성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관련 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조직 운영책은 “정지 당장 풀어라” “집 주소 ○○이지? 다 알고 있으니 찾아가기 전에 완료해 놓아라”는 취지의 연락을 수차례 했다. C씨는 끝까지 지급정지를 풀지 않았고, 다음 날 새벽 보복범죄가 시작됐다.

지난 1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집에 인분과 전단이 뿌려져 있다. [사진 독자]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복면을 쓴 인원 2명이 C씨의 집 앞에 찾아와 현관 앞에 인분을 투척했다. 이 외에도 ‘C씨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이라는 내용과 C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는 전단을 수십 장 만들어 이웃 곳곳에 뿌렸다. 또 C씨 집 도어록에는 본드칠까지 했다. 이들은 계단을 이용하며 폐쇄회로(CC)TV를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몇 시간 후, 리딩방 운영책은 C씨에게 “선물은 잘 받았느냐”며 “더 좋은 거 보내줄게”라고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C씨는 “이 때문에 가족이 다 같이 한동안 숙박업소를 전전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리딩방 사기 조직과 보복 대행 조직이 유착됐거나 사실상 같은 조직일 가능성에 주목하며 수사 중이다.




김정재.한찬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