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월 1~4주 한 달간 나타난 무당층 추세다.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19~21%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6~47%를 각각 기록했다.
이처럼 어느 정당 지지층에도 속하지 않는 ‘거대 무당층’은 콘크리트처럼 견고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해 발표한 3월 4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은 27%에 달해 민주당 46%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19%)·개혁신당(3%)·조국혁신당(2%)·진보당(1%) 등 야당 지지율 전부를 합해도 무당층 비율보다 낮았다.
3월 들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시·도지사 후보가 속속 확정되며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무당층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무당층은 지난해 9월 4주차 조사에서 30%를 기록한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20~30%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달 국민의힘 지지율이 10~20% 초반대로 떨어진 후에는 제1야당의 지지율까지 추월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무당층 강세는 과거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대선·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는 무당층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유독 높기 때문이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갤럽 조사(3월 4주차)에선 무당층이 17%에 그쳤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40% 후반대를 기록하는 걸 보면, 무당층 가운데 상당수는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노선을 고수하며 집안 싸움에만 매몰됐고, 민주당은 입법 독주를 하는 상황에서 양당에 표를 줄 수 없는 응답자들이 장기간 정치적 표류를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3지대인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2~3%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무당층을 흡수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3당이 무당층을 흡수하려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나 조국 혁신당 대표가 거대 양당을 대체할 정치적 대안 세력으로 각인돼야 한다”며 “하지만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콘크리트 무당층’이 선거 직전까지 흩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후보를 뽑기 위해 투표장을 찾는 지지층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대구·경북 2곳만 건지며 참패했던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당시 갤럽 조사(2018년 3월 4주차) 기준 무당층은 25%에 달했다. 당시 민주당은 47%,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14%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 우위 구도로 일방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결과가 정해진 선거라고 판단할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보수 성향 무당층의 상당수는 투표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보수 진영 미래를 위해 서로 열린 자세로 협력하고 논의해 나가자”고 했고, 이 대표는 “여권의 입법 폭주가 위험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있다. 정부를 견제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폭넓게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두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공소취소 국정조사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개혁신당과 대여 투쟁 공동 전선을 더욱 넓힐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개혁신당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선거 연대까지 구상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