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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갈아끼우고 전력 질주, 밟기도 전에 쏘는 야수의 車

중앙일보

2026.03.30 13:00 2026.03.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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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약 130㎞ 떨어진 카탈루냐주(州) 지역에서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을 직접 몰아봤다. 카탈루냐=고석현 기자
내연기관 중심이던 전통 수퍼카 브랜드에서 전동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점점 강화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를 활용하면 차량 성능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21~23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州)에서 올해 새로 출시하는 고성능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카이엔(Cayenne)’의 전동화 모델 ‘카이엔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카이엔은 지난 2002년 고성능 SUV 시장을 연 모델인데, 이번에는 아예 심장을 ‘배터리’로 갈아 끼우고 돌아온 것이다.

전기차는 동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내연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가속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포르쉐는 앞서 첫 순수전기차인 ‘타이칸’과, 중형SUV ‘마칸’의 전동화 모델을 선보였다.

굉음을 내며 폭발적으로 달리는 내연기관을 자존심으로 여기던 다른 수퍼카 브랜드들도 속속 고성능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마세라티는 ‘폴고레’ 시리즈(SUV 그레칼레, 수퍼카 그란투리스모,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를 내놨고, 페라리도 올해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루체’를 출시할 예정이다.

디르크 브리첸 포르쉐 디렉터(오른쪽)과 마이크 비엔쾨터 포르쉐 홍보담당이 21일(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주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드라이빙 행사장에서 '카이엔 일렉트릭'을 소개하고 있다. 카탈루냐=고석현 기자
‘매운 고추’를 의미하는 이름답게, 카이엔은 톡쏘는 성능을 뽐내며 2003년 국내 출시 뒤 3만4000여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포르쉐는 카이엔 일렉트릭도 올 하반기에 동북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고성능 모델인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의 가속 페달을 밟자 전기모터의 힘이 부드럽게 전달되며 차량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가속 주행은 폭발적이었다. 이 차량의 제로백(0→100㎞/h)은 단 2.5초, ‘밟기도 전에 쏜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였다. 급가속·코너링 때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세단같은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막시밀리안 뮐러(Maximilian Müller) 포르쉐 에너지시스템 매니저는 “카이엔 일렉트릭의 배터리는 양면 액체 냉각 구조를 적용해 더 효과적으로 발열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탈루냐=고석현 기자
'카이엔 일렉트릭'은 급속 충전을 지원해 약 16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며, 처음으로 무선 충전 방식도 적용했다. 사진 포르쉐
고성능 전기차 경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차량의 ‘사운드’다. 내연기관의 ‘와앙~’하는 배기음은 사라졌지만, 각 브랜드는 특색을 살린 전용 사운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밖에 배터리 열관리도 기술 경쟁 포인트 중 하나다.

막시밀리안 뮐러(Maximilian Müller) 포르쉐 에너지시스템 매니저는 “짧은 시간 내에 고성능을 내는 수퍼카 특성상, 배터리가 과열되기 쉬워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카이엔 일렉트릭은 양면 액체 냉각 구조와 예측형 열관리 시스템으로 배터리 온도를 사전에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판매 전동화 모델의 경우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이 장착된다. 또 스마트폰처럼 차량을 충전 패드 위에 주차하는 것만으로 배터리가 충전되는 무선충전 기능도 처음 도입된다.

디르크 브리첸(Dirk Britzen)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디렉터는 “전동화는 단순히 연료를 바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변화”라며 “뛰어난 퍼포먼스는 기본이고, 오프로드나 장거리 주행에서도 세단같은 편안함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 오프로드에서 진가
 '카이엔 일렉트릭'은 급가속·급제동 때도 차체는 쏠림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사진 포르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나타내는 야수의 차다.

아스팔트가 끝나는 곳에서 오프로드 모험은 시작됐다. 바르셀로나에서 약 130㎞ 떨어진 카탈루냐주 바세야(Bassella), 흙·바위·절벽과 나무가 뒤엉킨 피레네산맥 사이로 숨을 조일 듯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었다. 이곳은 카이엔 개발 초기부터 활용된 오프로드 테스트 필드다. 약 250ha 규모의 자연 지형에 급경사와 암석, 모래 구간 등 다양한 극한 코스가 갖춰져 있다.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이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모습. 사진 포르쉐

카이엔은 질퍽이는 흙길에서 급커브를 그린 뒤, 90도에 가까운 경사길을 지나,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멈춰섰다. 밀리는 느낌이나 힘이 과도하게 튀는 일도 없었다. 다른 차량이라면 진흙탕 한가운데에서 허우적댈 상황이지만 스티어링휠(운전대)과 타이어의 그립감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됐다. 이 차에 적용된 ‘오프로드 패키지’ 덕분이다.

덜컹거리는 돌길 위에서 스피드를 유지하며 달릴 때도 실내는 험로를 달리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오프로드를 함께 주행한 다리오 가르시아 스포츠 드라이빙 인스트럭터는 “이게 (내연차가 아닌)전기차의 퍼포먼스라는 게 믿어지느냐”며 “직접 몰아보니 균형이 잘 잡힌 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관은 더 낮고, 더 넓고, 더 날카로워졌다. 차체는 길이 4985㎜ 너비 1980㎜로 넉넉하게 설계됐는데, 휠베이스(축간거리)까지 기존 모델보다 13㎝ 늘려(3023㎜) 실내 활용도까지 높아졌다. 솟아오른 헤드램프 아래로 ‘액티브 냉각 공기 플랩’이 자리잡으며 전면부를 한층 단단하게 완성했다. 프레임 리스 도어와 측면을 따라 이어진 라인은 카이엔이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라는 걸 실감 나게 한다. 운전자 앞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의 곡면 디스플레이는 실내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포르쉐는 올 하반기 동북아시아 시장 중 처음으로 한국에 ‘카이엔 일렉트릭’과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의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추게 되는데, 포르쉐 측은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기본모델이 1억4230만원, 터보모델이 1억8960만원부터 시작한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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