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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약소국의 '전쟁법'

연합뉴스

2026.03.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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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약소국의 '전쟁법'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전쟁론> 을 저술한 프로이센의 군인이자 군사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연속"이라고 했다. 중국 춘추시대의 병법가 손자(孫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강조했다. 정면충돌을 피하고 정보·전략·외교로 상대의 의지를 무너뜨려 승리를 얻는 게 최상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전쟁의 본질을, 후자는 전쟁의 목표를 각각 꿰뚫는 정의다. 결국 전쟁의 승패는 화력이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깊이 파악하느냐에서 결판난다.

▶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약소국' 이란은 '강대강(强對强)' 전략으로 맞섰다. 미국·이스라엘의 파상 공격에 민첩한 반격으로 응수했고, 모든 위협에 동일한 수준의 위협으로 대응했다.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란으로선 이번 전쟁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력한 제재와 내부 위기로 압박받던 정권에게 전쟁은 붕괴가 아니라 결속의 계기가 됐다. 이 같은 형국은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전략과 닮은 꼴이다. 약자는 버틴다. 버티면서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 이란은 전술적 측면에선 전형적인 비대칭 방식을 택했다. 2만∼5만 달러에 불과한 드론으로 400만 달러 이상의 미군 요격체계를 상대했다. 기뢰와 드론, 무인 보트 등을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아랍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도 집요하게 노렸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제이슨 윌릭은 29일자 칼럼에서 "강대국이 수로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보다, 약소국이 그 수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게 더 쉽다"고 했다. 핵심을 찌르는 통찰이다. 여기에 후티 반군까지 가세하면서 홍해 입구마저 흔들린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두 관문이 동시에 닫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군사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 미국의 전략에는 낯익은 오류가 엿보인다. 전쟁 기획자들은 정권을 '참수'하면 붕괴할 것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군사 공격은 상대에 따라 강력한 저항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상처받은 국가는 결속하고, 굴욕과 분노는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된다. 핵심 전력의 파괴를 통해 전쟁을 종결할 수 있다는 믿음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정당성과 주권, 국민감정을 도외시하면 오히려 전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경험한 바 있다. 전쟁은 약소국의 서사를 약화하는 게 아니라 강화한다. 강대국이 그 교훈을 외면할수록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 미국은 그동안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왔다. 그 기저에는 억지력(Deterrence)이 전면전보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그 전제가 뒤집힐 수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의 군사 개입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마비시키는 강수로 대응했다. 그 결과, 전쟁은 더 큰 경제적 비용과 전략적 위험을 수반하는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약소국도 비대칭 수단을 통해 강대국의 우위를 상쇄하고, 전쟁의 조건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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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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