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을 알지 못해 여러 병원을 떠도는 희귀질환 의심 환자에 대한 국가 지원이 확대된다. 진단 검사 지원 대상자는 전년보다 40% 이상 늘어난다.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 의심 환자의 유전자 검사와 결과 해석을 지원해 조기 진단을 강화하는 '희귀질환 진단지원사업'을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질환 종류가 많고 증상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까지 평균 9.2년이 걸린다.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비 본인 부담률이 10%로 낮아지는 '산정특례' 등 관련 제도와 연계가 늦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크다.
올해 사업 대상자는 지난해 810명에서 1150명으로 42% 늘었다. 이에 따라 지원 규모도 같은 기간 9억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약 38.9% 증가했다. 국가 관리 대상 희귀질환도 1314개에서 1389개로 75개 확대됐다.
유전성 희귀질환이 확인됐을 땐 부모·형제와 같은 고위험군에 대한 추가 검사도 지원한다. 조기 진단이 필수인 척수성근위축증 의심환자에 대한 선별·확진 검사도 이어간다.
진단 결과는 산정특례 적용이나 의료비 지원 등과 연계한다. 음성 또는 미결정 사례 가운데 재분석이 필요하다면 환자 동의를 받아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다년간 재분석을 진행해 유전 변이를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 34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진단 사업에서는 대상자 810명 가운데 285명(35.2%)이 유전자 분석(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을 통해 희귀질환으로 진단됐다. 이 가운데 0~5세 31.2%(89명), 11~15세 16.8%(48명) 등 20세 이하가 78.6%(244명)로 미성년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가족 검사는 433건 시행됐다.
유전자 검사부터 결과 보고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6일로 전년(28일)보다 2일 단축됐다.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기간을 보면 1년 미만은 11.1%(19명), 10년 이상은 36.9%(63명)로 나타났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업이 조기 진단뿐 아니라 장기간 병명이 확인되지 않았던 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기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 환자 285명 가운데 212명(74.3%)은 산정특례 적용을 통해 본인부담금 경감 혜택을 받았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환자·가족의 95%가, 의료진은 9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아울러 질병청은 지역 간 관리 공백 해소를 위해 '희귀질환 전문기관'에 전남대병원과 울산대병원을 추가 지정했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은 지역 내 환자가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진단·치료와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 병원이 위치한 광주광역시와 울산 지역은 그동안 전문기관이 없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지적돼 왔다. 질병청은 경북과 충남 등 나머지 미지정 지역에도 전문기관을 단계적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희귀질환 진단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의심 환자가 보다 신속하게 진단받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