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5집 앨범 ‘아리랑’의 타이틀 곡 ‘스윔’이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 정상에 올랐다. 팀 통산 7번째 1위 곡이다. 또 ‘아리랑’ 수록곡 총 14곡 중 ‘스윔’을 포함한 13곡이 해당 차트에 진입했다.
빌보드는 31일(현지시간) 다음 달 4일에 공표될 차트 예고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K팝이 ‘핫 100’ 1위에 오른 사례는 BTS, BTS 멤버 지민과 정국의 솔로곡,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 밖에 없다.
BTS는 지난 2020년 ‘다이너마이트’로 K팝 최초 ‘핫 100’ 1위를 차지했고,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즈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로 해당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BTS는 빌보드 ‘핫 100’ 차트가 만들어진 1958년 이후 1위 곡을 가장 많이 보유한 다섯 번째 팀이 됐다. 빌보드에 따르면 그룹의 ‘핫 100’ 1위 곡 보유 순위는 비틀스(20곡), 슈프림스(12곡), 비지스(9곡), 롤링 스톤즈(8곡), 그리고 방탄소년단 순이다. 빌보드는 “1971년부터 1979년까지 9개의 1위 곡을 기록했던 비지스 이후 거의 반세기 만에 팀 최다 1위 곡 기록을 세웠다”고 부연했다.
‘핫 100’ 차트는 대중성을 알리는 지표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앨범 판매량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빌보드 200’의 경우 팬덤의 위력으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핫 100’ 1위는 대중의 주목을 받아야 달성 가능하다.
한편 ‘스윔’은 빌보드 내 다른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6일까지 집계 결과 스트리밍 1530만회, 라디오 청취자 수 2580만회, 디지털 및 실물 싱글 판매량 총 15만4000장 등의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스트리밍 송 차트’에는 2위, ‘라디오 송 차트’는 18위로 진입해 팀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는 1위를 기록, 해당 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 곡을 보유한 그룹에 등극했다. ‘스윔’이 수록된 앨범 ‘아리랑’ 역시 실물 앨범 판매량 등이 포함된 ‘빌보드 200’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스윔’ 외 다른 수록곡들의 성적도 좋다. 민요 아리랑이 삽입된 ‘바디 투 바디’가 ‘핫 100’ 차트 25위에 오른 것을 비롯, ‘훌리건’ 35위, ‘FYA’ 36위 등을 기록했다. 앨범 ‘아리랑’ 수록곡 중 성덕대왕신종 소리만 들어간 ‘넘버 29’를 제외한 13개 노래를 모두 순위권 내에서 줄 세웠다.
BTS는 이번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직후 소속사 빅히트뮤직을 통해 “오랜 시간 변함없는 믿음과 응원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진심을 다하는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빌보드는 K팝 그룹에 불리한 방식으로 집계 규정을 바꿔왔다. 지난 2022년 차트에 반영하는 주간 유효 다운로드 횟수를 인당 4건에서 1건으로 축소했다. 올해부터는 빌보드와 유튜브 사이의 갈등으로 유튜브 데이터가 13년 만에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 200’의 차트 집계 대상에서 빠지면서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제외됐다.
이런 불리한 조건들을 반전시킨 데엔 BTS의 글로벌 팬덤 ‘아미’의 지원이 컸다. 글로벌 ‘아미’의 수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K팝 가수는 물론 전 세계 가수를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의 방탄소년단 커뮤니티 가입자 수는 3410만명에 달하고,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훨씬 웃도는 8000만명에 육박한다.
BTS가 다음 달 경기도 고양을 시작으로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82회 규모로 펼치는 스타디움급 월드투어도 팬덤 규모를 가늠케 한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7일 하이브의 예상 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투어 콘서트 관객이 6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아미’가 3년 9개월에 달하는 팀의 긴 공백기 동안 결속력이 유지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글로벌 ‘아미’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결집은 온라인 상에서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다.
BTS 팬 3명이 만든 ‘방탄소년단 음원 서포트팀’이라는 이름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는 BTS 음원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팔로워 2만1000명을 보유한 이 계정 운영진 3명은 한꺼번에 여러 계정으로 스트리밍 횟수를 올리는 방법에 대해 팬 개별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빠른 스트리밍이 가능한 앱도 개발 중이다. 음반 공동 구매를 진행하는 팬들도 있다. 팬 한 명이 수백~수만명의 참여자를 모아 앨범을 한꺼번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판매량이 차트에 반영되는 시점에 구매를 집중시킨다. 이를 통해 순위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빅뱅, 샤이니 등의 컴백 성공에서 보듯 K팝 팬덤의 특유의 단단한 결속력은 스타가 잠시 사라진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런 팬 문화가 해외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