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영향과 관련해 “긴급할 경우에는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우리가 대응책을 고민할 때 기존의 관행이나 또 통상적 절차에 계속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또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현안 토의 과정에서도 긴급재정명령을 재차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헌법에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있지 않냐”며 “입법도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헌법에 있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묶이면 안 된다. 필요하면 법도 바꾸고, 시행령도 바꾸고, 지침·방침도 바꾸고, 관행에 벗어나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는 할 수 있다”며 “좀 과감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헌법 76조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이거나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한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역사상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실행된 건 1972년 8·3 긴급금융조치와 1993년 금융실명제 단 두 차례뿐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상황이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령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회가 열려 있지 않거나 집회를 기다릴 여유조차 없는 극한 상황에서만 최소한으로 발동되는 최후 수단”이라며 “현재 국회는 상시 국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무시하고 먼저 비상 카드를 꺼낸 것은 헌법 절차를 무시한 정치적 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금이 위기 상황이긴 하나, 국회의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나 하는 초법적인 ‘경제 계엄령’을 발동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적극 행정을 주문하며 하나의 예시로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경제 위기나 비상 상황에서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며 “관료들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해결을 위해 좀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대안을 내놓아라, 그리고 특단의 대책을 비상한 상황에서 마련할 수 있고, 그중 긴급재정경제권을 하나의 예시로 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위기 상황에서 퍼지는 가짜뉴스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위기 대응 노력과 관련해서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허위 가짜 정보들이 유포되고 있다”며 “수사기관들도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 가격이 오른다는 소문과 관련해서 “최초의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아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면 좋겠다)”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국가의 위기 극복을 방해하는 행위라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년치 쓰레기봉투 공급에 문제가 없고, 가격 인상도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최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울산 비축유 북한 유입설’에 대해 이 대통령은 “베트남이 90만 배럴을 구매한 것인데, 이게 북한으로 갔다고 아주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그것도 신속하게 경찰에서 수사해서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 밝혀서 다시 이런 짓 못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후속 법령 정비 작업과 관련해 “나중에 법조문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누락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심한 점검을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