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은 어디에?…"미 증시 4년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
전쟁발 에너지 악재에 발목
나스닥·다우지수 조정국면
연준 금리인하 기대도 후퇴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올해 역대급 호황을 낙관했던 미국 증시가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가 약 4년 만의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불러온 유가 폭등과 글로벌 불황 위기가 시장의 목을 옥죄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작년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했던 나스닥 지수는 지난 26일 직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그다음 날에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조정 구간에 들어가 투자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작년 12월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경제 성장세가 빨라지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먹구름도 어느 정도 걷히면서 모든 지표가 '두 자릿수 수익률'을 가리켰다.
미 월가는 올해부터는 엔비디아 등 AI 빅테크 종목으로만 쏠려 있던 랠리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확신했었는데, 에너지 수급난 악재가 터지면서 이 장밋빛 꿈은 경고등으로 돌변했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마이클 칸트로위츠 수석 투자 전략가는 WSJ에 "증시 호황이 전방위적으로 퍼지기에 정말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고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태는 그 흐름에 거대 '우선 멈춤' 버튼을 눌러버린 꼴"이라고 했다.
1∼2월은 분위기가 대체로 좋았다. 빅테크 종목들이 AI 거품 우려에 주춤했지만, 증시 자금이 저가 매수 기회를 찾아 다른 업종으로 퍼졌다.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가 컸지만 증시는 크게 봐서는 우상향 패턴을 밟았다.
지난 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며 시장은 수렁에 빠졌다.
국제 유가는 무려 55% 올랐고 안전자산이던 채권과 금 가격은 하락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뒷걸음질을 거듭해 최근 7개월의 상승분을 몽땅 반납했다.
증시엔 랠리 대신 침체가 확산했다. S&P500 11개 섹터 중 에너지를 제외한 10개 섹터의 주가가 평균 8.3% 내렸다.
알루미늄부터 요소까지 주요 산업 원자재의 공급망이 전쟁으로 헝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졌고,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급격히 옅어졌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전망은 전쟁 전 80%에 근접했는데, 현재 이 수치는 2%가 채 못 된다.
개전 첫 주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이 곧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았지만, 실제 전쟁이 2개월째 계속되면서 월가는 이제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WSJ은 전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분쟁이 장기화해 페르시아만으로부터 공급되는 원유가 끊기면 전 세계는 명백히 경기 침체를 맞이하게 된다"며 "단 미국과 이란이 모두 일정 시점에서 퇴로를 찾고 싶어 하는 만큼 긴장 완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핑크 CEO는 최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분쟁이 끝나고 이란이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정식으로 합류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으로 떨어지고 경제 성장이 빨라지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수년간 100달러대의 고유가가 계속돼 전례 없는 불황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WSJ은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이미 미국 경제는 1분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여기에 고유가 부담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여전히 올해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동 분쟁이 단기에 그치고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파이퍼 샌들러의 칸트로위츠 전략가는 "지금은 변수가 하나밖에 없다"며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시장 반등은 결코 없다"고 단언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너무 큰 탓에 시장 참여자들은 모니터에서 아예 눈을 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WSJ은 실제 트레이더들과 펀드 매니저들이 외신 헤드라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시장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 주문 취소 버튼에 미리 손을 올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태균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