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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축유 정유사에 빌려주는 '스와프제' 시행키로

중앙일보

2026.03.31 00:21 2026.03.3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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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오만 무스카트 해안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비축유 스와프(SWAPㆍ교환) 제도’를 전격 시행한다. 단순 방출이 아닌 교환 방식을 통해 국가 비축유 소진을 최소화하면서, 민간 정유사의 원유 수급 공백을 즉각 메우겠다는 포석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기존 비축유 방출과는 다른 새로운 스와프 제도를 오늘부터 시작한다”며 “정유사 한 곳과 200만 배럴을 교환하는 첫 계약을 오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한국 원유 수입량의 7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물류 시차’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가 중동산일 만큼 중동 의존도가 높은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도입에 상당 부분 차질이 생겼다. 정유사들은 아프리카·중앙아시아·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 중이지만, 실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미국 50일, 호주 14일 등)이 걸린다. 이를 고려해 기업이 일단 대체 물량이 선박에 실렸다는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양의 비축유를 제공한다. 정유사는 대체 물량 선박이 국내에 도착하고 나서 원유를 상환하면 된다.

이는 비축유를 그냥 방출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유사가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만 비축유를 빌려주기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선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더 노력할 유인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비축유를 소진하지 않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양 실장은 “비축유를 그냥 방출해 버리면 이를 나중에 회수하는 절차가 없다”며 “(스와프 제도로) 정유사의 원유 재고 소진 시점을 늦추고, 정부가 비축유를 최종적으로 방출하는 시기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연합뉴스

비축유 스와프 제도는 일단 2개월(4~5월)간 실시하고, 이후 필요하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1개월씩 연장할 계획이다. 비용은 유종이 같을 경우 기본 대여료만 받되, 유종이 다르면 정부 비축유(중동산)와 대체 물량 간의 가격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중동산 원유를 빌려 쓰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제값은 부담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사전 수요 조사에서 4개 정유사가 비축유와 교환을 신청한 물량은 2000만 배럴이 넘는다. 정유사가 확보한 대체 물량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양 실장은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6월까지 (국내 원유) 수급에 문제는 없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대체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중동사태가 언제 정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결의에 따라 할당받은 2246만 배럴 방출도 4월 말~5월 사이 실시할 계획이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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