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병원 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손해사정사 3명과 환자 모객 브로커 10명을 고용했다. 모발 이식이나 필러(성형에 사용되는 보충재), 주름 개선 주사 등으로 시술을 해주고 가짜 진단서를 발급해 실손 보험금을 받게 해주는 사기 조직을 꾸렸다. 환자들은 도수치료 등으로 적힌 허위 진료기록부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실손 보험금을 챙겼다. 이런 방식으로 A병원에서 환자 1105명이 허위로 받은 보험금은 약 4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조직화·대형화되고 있다. A병원 사례처럼 병원과 보험업 종사자가 공모해 조직적으로 벌인 범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71억원으로, 전년보다 69억원(0.6%) 늘었다. 지난 2021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다. 유형별로 보면 진단서를 위·변조해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내용 조작(54.9%)이 가장 많았고, 이어 허위 사고(20.2%), 고의 사고(15.1%)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금액은 증가하는 등 조직화·고액화하는 양상”이라며 “특히 병원에서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치료비를 지나치게 많이 청구하는 유형의 경우 적발 금액이 전년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병원이 주도하거나, 보험업 관련자 등이 연루된 신종 조직형 보험사기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적발 사례 중엔 보험 설계사가 치위생사로 근무하면서 환자들의 치과 진료 이력을 지우고 치아보험에 가입시킨 뒤 보험료를 대납해주겠다며 환자를 유인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연간 치아 3개 등 보험사가 보장하는 한도에 맞춰 치료 날짜를 조작하는 수법까지 활용해 약 16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헬스트레이너를 겸업한 성형외과 직원이 헬스장 고객들을 유인해 가슴·코 등 성형 수술을 하게 하고 액취증 수술, 비중격만곡 치료 등으로 수술 기록지를 조작해준 사례도 당국에 포착됐다.
당국은 경찰청·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 등과 공조해 오는 10월 31일까지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특별포상금도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병원 내부자 제보 등을 토대로 기획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비만 치료나 미용 시술을 실손보험으로 처리해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병원 측의 제안을 안일하게 받아들였다가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