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권성수)는 31일 김 지사가 제기한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공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 컷오프까지 제동이 걸리면 최악의 아노미가 빚어질 것”(지도부 인사)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건 컷오프 뒤 진행된 추가 후보 모집이었다. 당시 공관위는 당규상 3일인 공모 기간을 하루로 단축해 후보를 추가 모집했고, 이에 따라 김수민 전 의원이 지원했다. 이미 지도부나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을 염두에 뒀다는 ‘김수민 내정설’이 퍼진 상황에서 실제 추가 모집 절차가 진행되자 조길형 전 충주시장, 윤희근 전 경찰청장 등 예비후보들은 항의하며 사퇴했다.
재판부는 “당원의 균등한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최소 기간(3일)을 명시한 당규 취지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의원의 추가 지원에 대해선 “(김 전 의원은) 기존 공천 신청자들과 달리 김 지사 컷오프 상태에서 자격심사를 받았기에 동일 지위에서 심사를 받는다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훼손됐다”고 했다.
초유의 컷오프 제동에 국민의힘은 혼란에 휩싸였다. 당장 김 지사가 충북지사 경선에 복귀할 경우 막을 명분이 사라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당황스럽다. 이정현 공관위원장 사퇴 뒤 꾸려지는 새 공관위에서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법원 결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김 지사 측은 “법원 결정으로 경선 후보자 지위는 회복됐다. 경선 참여 등 향후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제 후보 자격은 상실됐다”며 물러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법원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2차 시험 공고가 잘못됐으니 1차 시험 탈락자를 합격시키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공천 개입 의도를 가진 끼워 맞추기”라며 “사법의 기본적인 자세조차도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예견된 참사”라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정현 위원장이 컷오프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쇄신해야 하니까 자른다’는 식으로 밀어붙였다”며 “오죽했으면 비공개회의에서 공관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뛰쳐나왔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선 이번 사태의 파장이 다른 지역까지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3선 의원은 “이번 가처분 인용은 시작일 뿐이고, 다른 지역으로 도미노처럼 번질 것”이라고 했다. 당장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컷오프된 대구시장 공천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가처분 신청을 한 주 의원마저 인용되면 이 전 위원장 또한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이 전 위원장과 주 의원을 제외한 예비후보 6인이 이미 지난 30일 진행한 경선 TV 토론회가 무효가 되는 등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부산 지역 의원은 “시·도지사뿐 아니라 컷오프된 시장·군수·구청장까지 줄줄이 가처분을 걸면 국민의힘은 마비 상태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31일 김영환 지사 가처분 결정 전 사퇴했다. 임명 48일 만이다. 그는 “시·도지사 공천이 마무리 단계고, 경기지사 공천이 남은 상황에서 소임을 마쳤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정희용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2기 공관위’를 구성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 남은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겠단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