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고 있는 박모(32)씨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내원해 고민을 털어놨다. 그가 평소 복용하는 치료제(콘서타)가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게 아닌지 불안해서다. 박씨는 “소셜미디어에서 ‘ADHD 약을 먹으면 운전자 처벌이 가중된다’는 내용을 보고 약을 바꿔야 하는지 의사와 상담했다. 안 바꾸기로 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약물운전 처벌·단속 강화가 임박하면서 정신과 진료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처벌 대상 약물에 정신질환 치료 등을 위한 성분이 대거 포함되면서 자의적인 치료 중단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2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면서 약물운전 처벌과 단속이 대폭 강화된다. 약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에 불응해도 처벌받는다. 최근 약물 오남용에 따른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를 예방하는 차원이다.
앞으로 경찰이 약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를 발견하면 현장 평가에 나선다. 직선 보행과 회전, 한 발 서기 등을 시켜 운전 능력을 확인한다. 2단계는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간이시약 검사다. 양성이 나오면 소변·혈액 검사를 요구하는 식이다.
문제는 약물의 범위다. 마약류 관리법에 명시된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481종,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 9종을 합쳐 490종에 이른다. 콘서타 같은 메틸페니데이트(각성제), 항불안제인 로라제팜·알프라졸람 등 자주 쓰이는 성분도 여럿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정신질환 환자들의 걱정이 큰 편이다. 마약·향정신성 의약품 중 상당수는 장기 복용이 필요한 치료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도로교통법 개정과 관련해 문의하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앞으로 의사가 방어적으로 처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법 집행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처벌 강화와 과도한 공포 조성이 결합할 경우 환자들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치료 중단에 따른 질환 악화가 더 큰 도로 위 위험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회장은 “생업상 운전해야 하는 환자들이 단속을 우려해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많은 사고가 정상적인 약물 복용보단 약물 오·남용, 불법 복용에서 발생하는데 (처벌 범위가) 너무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수치만 갖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약물 복용 자체가 아니라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자는 ‘운전할 몸 상태가 아니면 운전하면 안 된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기준 구체화, 대국민 홍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운전 능력 상실을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법적 용량 기준을 명시해야 하고, 단속 대상 약물, 정상 처방 환자 대처법 등을 정확하게 홍보해서 불필요한 공포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혈중 농도 기준 도입과 운전금지 기준 검토를 위한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