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에요. 제 친구예요.” 발달장애(자폐 스펙트럼)를 지닌 안드레(16)군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공룡은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이자 친구다.
안군이 그린 공룡 그림은 교과서 표지가 됐다. ‘2026년 특수학교용 초등 미술 국정 교과서(미래엔·사진)’ 표지 작가로 선정되면서다. 5학년 교과서와 지도서 표지를 단독으로 장식했고, 6학년 교과서에도 다른 그림과 함께 실렸다. 예술계 관계자들은 안군의 공룡 그림에 대해 “화려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표현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가 교과서 표지 작가 선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공룡 그림은 생후 33개월부터 시작됐다. 말보다 공룡 이름을 더 잘 익혔다고 한다. 또래보다 말이 늦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발달 지연과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그런 속에서 안군의 공룡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그는 벽, 바닥, 옷에도 공룡을 그렸다. 찰흙도 공룡으로 만들었다.
부모는 전국 공룡 박물관을 함께 찾아가고 공룡 관련 책을 사주며 아들의 관심을 지원했다. 울산 동구의 집 안방은 아들 화실로 내줬다. 어머니 김석영씨는 31일 “아들이 말로 다 표현 못 하는 마음을 공룡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관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공룡 책을 펼쳤고, 쉬는 시간에도 공룡을 찾았다. 아버지 안주영 씨는 “공룡 그림이 많아지면서, 집에만 두고 보기에 아쉬워 공모전 같은 대회를 아내와 함께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군은 2018년 세계학생미술대회 은상, 2024년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삼성증권 등 기업과 기관이 작품을 소장했고 굿즈로도 제작됐다. 김씨는 “수익 일부를 발달장애 아동 지원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군은 오는 5일까지 울산 동구 문화공장방어진에서 개인전 ‘공룡이 건네는 안녕’을 열고 있다. 공룡 그림 등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네 번째 개인전이다.
고등학생이 된 안군은 미술대학 진학과 해외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군은 말했다. “공룡은 강하고 멋지고 예뻐요. 공룡 친구들과 즐겁게 살며 공룡 박사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