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개편 작업이 시작됐다. 2014년 도입 이후 12년 만이다. 전신인 기초노령연금(2007년 도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약 20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개편 시기와 관련,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기초연금 수급자는 707만명이다(사회보장정보시스템 통계). 월 34만 9700원이다. 현재 윤곽이 드러난 개편 방향은 하후상박이다. 그간 기초연금 확대를 주장해오던 이재명 대통령이 하후상박으로 방향을 확 틀었다. ‘중산층까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논란이 적은 편이다.
기초연금 삭감 개선 본격화
부부삭감축소에 하후상박 적용
국민연금 연계 삭감 문제 많아
"대상 축소, 모든 삭감 개선을"
이 대통령 "부부 삭감은 패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X(옛 트위터)에 “부부가 해로하는 것이 불이익을 받을 일이 아니다. 감액을 피하려 위장 이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급적 시정해야 한다”며 부부 삭감 축소를 지시했다. 이는 논란이 많은 과제다. 그래서 개편 작업이 더 복잡해졌다.
기초연금을 부부가 받으면 20% 깎는다. 69만 9400원에서 20% 깎여 55만 9520원을 받는다. 이 대통령은 2021년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삭감 폐지를 주장했고, 2022, 2025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삭감을 “위장 이혼을 부르는 패륜”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지난해 삭감된 사람은 314만명(157만쌍), 전체 수급자의 44%이다.
노인들은 기초연금에 애정을 표한다. 서울 동대문구 조창신(81)씨는 “주변을 둘러보면 나라에서 매달 월급 주는 것이라며 기다린다”며 기초연금을 ‘나라 월급’으로 표현했다. 조씨는 “6년 만에 남편(사별) 친구를 만났는데,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부부가 같이 산다고 (기초연금을) 깎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하더라.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억울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저소득 부부 절반만 감액
정부는 부부 삭감 축소에도 하후상박을 적용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감액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이수진·김태년 의원 등이 개정 법안을 발의해 놨다. 서영석 의원은 소득 하위 40% 저소득 부부의 감액률을 20%에서 5년에 걸쳐 10%로 낮추는 게 골자다. 이 중 정부 방침에 가장 가까운 안은 서 의원 안으로 보인다.
서 의원 안대로 하면 126만명가량(2025년 기준 산정)이 10%만 깎이게 된다. 이들은 소득인정액(재산의 소득환산 포함, 2024년)이 100만원 아래다. 10%만 깎으면 부부 기초연금이 약 56만원에서 63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에 따르면 2027~2031년 2조 4089억원이 들어간다.
부부가 같이 산다고 생활비가 두 배 들지 않는다. 그래서 기초연금을 2배가 아니라 1.6배 지급한다. 기초수급자 2인 가구의 생계급여 최대액이 1인 가구의 1.64배인 점과 비슷하다. 게다가 단독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부부의 소득·자산이 많다. 이런 점을 들어 부부 삭감 축소에 반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패륜”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온 점을 고려하면 반대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
저소득 부부 삭감 축소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지난해 7월 보고서(기초연금 부부 감액 수준에 대한 논의)이다. 소득분위 별로 따져보면 저소득(1~5분위 중 1분위) 부부 가구의 소비 지출과 주거·의료·교통비가 단독가구보다 1.7~2배 높다. 전체 기초연금 부부(1.6배)보다 높다.
김민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부부가구가 감액 안 되고 전액을 받아도 생계가 힘들 수도 있다”며 “저소득 부부가구의 감액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기도 한모(65)씨는 “국민연금, 부부 삭감 기초연금, 노인일자리·학교안전도우미 소득을 합해 월 200만원 조금 더 번다. 60만원 월세 내고 병원비·약값으로 쓰면 빠듯하다”며 “기초연금 삭감을 줄이면 고마울 것 같다”고 말한다.
기초연금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 연계 삭감, 기초수급자 삭감,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배제 등이다. 월 국민연금이 52만4600원 넘으면 기초연금을 최대 50% 감액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많이 깎인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내고 받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나라 재정으로 하는 것이라 성격이 다른데 둘을 붙여 삭감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4만여명이 1인당 월 9만6000원(월 804억여원) 깎였다.
삭감 피하려 국민연금 조기수령
이 때문에 기초연금 삭감을 피하려고 국민연금을 깎아서 받는 사람도 있다. 손모(62)씨는 기초연금 삭감을 줄이려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 정식 수령보다 5년 앞당겨서 57세에 받느라 30% 깎였다. 그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기초연금이 삭감된다”고 말했다. 이는 ‘조기노령연금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2022)에 나오는 사례이다.
김선민 의원은 국민연금 연계 감액을 폐지하고,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수급자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안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연계 감액을 전면 폐지하지 않더라도 삭감 기준선을 높이거나 최대 감액률(50%)을 낮춰 저소득 노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돈이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좁히고, 중산층의 연금액을 줄여 조달하는 방안이 있다. 기초연금 관련 이슈를 다 모아 개편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