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아?"
어제(31일) 아침 신문을 보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감각을 새삼 일깨워준 뉴스는 알바하던 A 카페에서 주인 허락 없이 커피 석 잔 가져갔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수사받는 20살 알바생 얘기였다. 재수 시절인 지난해 수능을 앞두고 일하던 B 카페를 관두겠다고 하자 그곳 주인은 고객 쿠폰 무단 적립 등을 문제 삼아 5개월 동안 지급한 알바비의 두 배 가까운 55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갔다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주인 소개로 가끔 일하던 A 카페의 주인은 로펌까지 동원해 1만2800원 상당의 커피 석 잔을 문제 삼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알바생을 고소했다. 또 경찰은 혐의가 성립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 청주지검의 보완수사 지시로 추가 수사 중이다.
두 점주와 알바생 간 협박·무고 고소가 오가는 등 복잡한 내막을 전부 알 수는 없어 섣불리 누구의 잘잘못을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5개월 알바 끝 합의금 550만원
실패 두려워 공대생도 창업 주저
취업도 창업도 막힌 청년 현실
선거 앞 '매표용 돈뿌리기' 최선인가
일부 커뮤니티에 도는 얘기처럼 이 알바생이 일부 지역에 만연하다는 점주의 삥뜯기 수법의 피해자가 아니라, 상습적으로 커피를 공짜로 가져가는 잘못을 정말 했을 수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이런 사소한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그것도 어린 알바생을 대상으로 형사처벌하겠다고 윽박지르는 사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여당 폭주로 꼬여버린 사법체계 탓에 지금 검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백번 양보해도 고작 커피 석 잔이 검·경 자원을 투입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우선순위에 있는 매우 위험하거나 대단한 범죄는 아니라 하는 말이다.
혹자는 커피 공방은 지극히 이례적인 해프닝이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혹독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우리 청년들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거 같아 계속 마음이 쓰인다.
어제 이런 뉴스도 있었다.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창업 관련 설문 결과를 보니 열에 아홉(87.8%)은 창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창업하겠다는 학생은 열에 하나(10.9%)에 불과(한경협 조사)했다. 창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리스크’였다. 평균적으로 창업 후 5년 내 3분의 2가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보다 자산 적은 청년 창업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실패자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안전망 없이 실패 리스크를 개인이 떠안는 구조가 이 땅에서 가장 똑똑한 이공계 인재들조차 창업에 나서길 두려워하도록 내몬다. 실패하면 인생이 한 번에 부러질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한 게임판 같아서, 창업을 망설인다고 도전정신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감히 손가락질하기 어렵다.
문제는 창업을 피한다고 정말 위험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500대 기업의 50대 직원 수가 20대 추월할 정도로 청년 일자리가 쪼그라들었다. 경제 위기에 AI발 고용감소까지 겹쳐 20대 이하 일자리가 12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안정된 일자리로 들어가는 입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창업이라는 우회로마저 외면하고, 취약한 일자리에선 점점 더 열악한 노동환경을 맞닥뜨린다면 지금 청년은 대체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어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 글로벌 경제 위기 때와 맞먹는 1530.1원에 마감했다. 고환율 추세 속에 이란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까지 더해져 세대 불문 월세·생활비 부담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자산 없이 오직 알바비나 낮은 월급으로 겨우겨우 월세·학자금을 막아야 하는 청년들에게 더 가혹한 게 사실이다.
알바하던 카페에서 커피 몇 잔 마셨다고 기소당하고, 취업은 막혔는데 창업 공포에 떨어야 하고, 환율·물가는 폭주하는데 내 월급(알바지)만 그대로다. 말로는 민생을 말하지만 권력다툼에만 눈 멀어 매표용 돈뿌리기 하며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이게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