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갤런당 평균 5.97불…한 달 새 1.20불 급등 태양광·전기자전거·재택근무 등 비용 절감 확산 외식·여행 줄이고 필수 소비 중심 지출 구조 재편
개스값이 치솟으면서 전기 자전거 및 스쿠터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의 한 주유소 가격이 6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박낙희 기자
밸리에 거주하는 강형선(55)씨는 미뤄뒀던 태양광 패널 설치를 내달 초로 예약했다. 더 늦기 전에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다.
강씨는 “설치 비용 1만 달러는 은행 융자를 받았고 나머지는 48개월 할부로 처리했다. 갈수록 에너지와 생활비용이 오르고 있어 일단 초동 조치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직장 출퇴근이 4~5마일로 차량 대신 전기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청년들만 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미 판매업소를 방문해 시운전도 해봤다.
이처럼 국제 분쟁으로 개스값이 급등하자 일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한 연료비 절약을 넘어 소비 습관, 생활 계획 전반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언제든지 다시 또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개솔린 정보회사 개스버디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LA 카운티 평균 개솔린(레귤러) 가격은 5.97달러다. 이는 한 달 전보다 무려 1.20달러 높아진 수치다.
이런 현실은 당장 출근 방식에 영향을 줬다.
직장인들은 이동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소재 한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티모시 햄튼(44)은 “주유 비용이 과거 약 70달러에서 최근 120달러 수준으로 치솟아 차량 교체와 재택근무를 요청했다”며 “단순히 개스값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물가는 더 오르고 수입은 늘지 않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생활 동선을 바꾸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일부 가정은 자녀의 통학 거리까지 줄이기 위해 학교도 옮긴다.
토미 황(44·부에나파크)씨는 “12마일 떨어진 사립학교를 포기하고 풀러턴 인근 공립학교로 두 아이를 옮길 생각”이라며 “에너지 파동으로 재정과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씀씀이 패턴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외식과 여가 지출을 줄이고 필수 소비 중심으로 지출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퇴 자금을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들이 개스값 부담을 호소하자 기업들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택업무를 회사 측에 요청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지적이다.
여행과 휴가 계획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은 곧 종료될 수도 있지만, 이번 여름 휴가를 축소 또는 연기하거나 장거리 이동을 자제하는 등 관련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정확한 통계 수치는 아직 없지만, 업계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제적 분쟁이 길어지면 해외여행을 꺼리는 경우가 있으며 오히려 국내 여행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소비재 가격 상승은 “이제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스값 상승이 항공료와 물류비,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주요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올리거나, 기존 수하물에 추가 비용 또는 수수료를 부과해 손실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도 위축되며 경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6년 전 팬데믹과 이후 러시아 전쟁, 국내 인플레와 고물가 시기가 겹치면서 예전처럼 저렴하고 풍족했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 생활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