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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위기에 처한 ‘출생 시민권’ 제도

Los Angeles

2026.04.05 19:02 2026.04.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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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변호사

이종원 변호사

연방 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한’ 위헌 여부 심리를 4월 1일 시작했다. ‘부모의 체류 신분에 따라 출생 시민권을 제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권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수정헌법 14조가 보장한 이 원칙은 156년 동안 미국 정체성의 토대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자, 영주권자의 자녀만이 미국 시민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자 등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의 자녀도 미국 시민권을 거부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등 이민자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의 사소한 오류나 기록 누락도 수십 년 후 시민권 박탈의 근거로 삼겠다는 뜻이다.
 
아시아계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헬렌 지아의 경고는 명확하다. “출생 시민권 제한은 미래뿐 아니라 과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민권 정책으로 가장 위기에 빠진 이민자 커뮤니티는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계다. 원래 쿠바계와 베네수엘라계는 미국 이민 정책의 수혜자였다. 그들은 망명자,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후, 미국 정부의 환영을 받으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리고 이들은 시민권 취득 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지지자가 됐다.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동포들이 그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쿠바, 베네수엘라 출신 난민, 망명자를 위한 임시보호신분(TPS) 대상인 가족이 추방 위기에 놓이자, 이들 커뮤니티에서 내부 균열이 시작됐다.
 
출생 시민권 논쟁의 본질은 법리가 아니라 정치다. 미국 헌법 수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하고 그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을 시민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관할권에 속한다’는 문구의 해석을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합법, 불법 체류자의 자녀가 ‘관할권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은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다.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고생하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들이, 같은 한인들을 “체류 신분이 없다”며 배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배제의 정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역시 ‘배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트럼프 행정명령은 보여주고 있다. 시민권의 토대까지 무너진다면, 이민자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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