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서 뜨거운 인기 '신종 알바' 로봇의 인간 동작 학습 위해 1인칭 시점 촬영 데이터 제공 일자리 대체용 직업창출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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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3월 12일자 ‘Why hundreds of people in L.A. are strapping cameras on their bodies to do chores’ 기사입니다.
요즘 LA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아르바이트는 집에서 생활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움직임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샌타모니카에서 로스펠리스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사람이 머리와 손에 카메라를 장착한 채 집안일을 하며,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법, 화장실을 청소하는 법, 식물에 물을 주는 법, 설거지하는 법 등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살바도르 아르시가가 LA 한인타운의 자택에서 세탁기에 옷을 넣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고 있다. [로날도 볼라뇨스/LA타임스]
다운타운의 한 카페 구석 테이블에서는 한 여성이 커다란 검은 가방 옆에 앉아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장비와 지침이 담긴 패키지를 건네준다. 이 여성의 직업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기업 인스타워크의 매니저다. 이 회사는 기업과 블루칼라 노동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며, 그녀는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 장착용 헤드밴드를 나눠주고 있다. 이 데이터는 로봇이 행동을 배우는 데 사용된다. 그녀는 살바도르 아르시가에게 머리에 착용하는 장비를 건네며 집에 가서 설거지하고 부엌을 청소하라고 지시한다.
2시간 분량의 영상 촬영으로 8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아르시가는 “어차피 해야 할 집안일인데 돈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챗GPT와 같은 AI 챗봇은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대화하고 음악을 만들며 이미지를 생성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AI와 로봇 기업들이 물리적 세계에서도 같은 능력을 구현하려 하면서, 실제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졌다.
이런 데이터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의 움직임을 기록하려는 시도가 ‘피지컬 AI’ 시스템, 즉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위한 새로운 마이크로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르시가가 가사노동 촬영 시작 전, 카메라가 장착된 헤드셋을 조정하고 있다. [로날도 볼라뇨스/LA타임스]
시장조사 기업 CB 인사이트의 제이슨 솔츠먼은 “인간은 모델이 아직 스스로 안정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준 데이터와 판단, 구조화된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암 팜(arm farms)’이라 불리는 시설이 존재한다. 수백 명의 사람이 1인칭 시점으로 문을 열거나 빨래를 개는 모습을 촬영하는 공간이다. 중국에선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인간이 로봇을 조작하는 40개 이상의 국영 훈련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로봇 모델 개발은 테슬라와 구글 같은 대형 기술기업뿐 아니라 가주의 스타트업 피겨 AI, 다이나 로보틱스 등 회사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까지 38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주도하겠지만, 가주 역시 차세대 로봇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는 데이터 공급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엔코드는 피지컬 AI 사업 매출이 1년 만에 10배 증가하면서 2월에 6000만 달러 유치에 성공했다. 메타가 지원하는 스케일 AI는 10만 시간분의 로봇 학습용 영상을 확보했으며, 팔로알토 기반의 경쟁사 마이크로 1은 60개국에서 1000명을 고용해 가사 작업을 기록하고 있다.
스타트업 수나인의 공동 창업자 샤바즈 막시는 “이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임시직 경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시가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아이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한 뒤 녹화를 시작한다. 그는 가스레인지의 얼룩을 닦으면서 “지금 스프레이를 사용할 거다”라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다. 카페에서 만난 매니저가 스패니시든 영어든 상관없으니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아르시가가 주방 청소를 하며 청소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로날도 볼라뇨스/LA타임스]
각 작업은 식물에 물을 주거나 주방을 청소하는 등 최소 2분에서 최대 15분 사이로 촬영되어야 한다.
인스타워크는 원래 경기장, 호텔, 주방 등 임시 인력이 필요한 곳에 노동자를 연결해주던 회사였지만, 로봇 시스템 훈련을 위해 인간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인간의 움직임, 압력, 접촉 깊이, 자세 등을 정밀하게 기록하기 위해 맞춤형 카메라와 보디슈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이집트 출신 이민자인 아잠과 사므라 아흐메드 부부는 패서디나의 원룸 아파트에서 로봇을 위해 생활을 기록하며 저축을 늘리고 있다. 그들은 저녁을 준비하기 전 손목과 머리에 카메라를 착용한다. 손목 카메라는 채소를 자르고, 닭고기를 양념하고 굽는 과정에서 근육의 움직임까지 포착한다. 이러한 정밀한 데이터는 로봇이 인간의 손동작을 정확히 학습하는 데 필요하다.
수나인은 검증된 참여자들에게 이러한 맞춤형 손목 카메라를 제공하며, LA 전역에 1400명 이상의 참여자를 확보하고 있다.
막시는 “이 지역은 다양한 주거 환경과 생활 방식, 사람들을 갖추고 있어 데이터 수집에 최적”이라고 말했다.
인스타워크가 정해진 동작을 요구하는 반면, 수나인은 자연스러운 인간 행동을 기록하도록 권장한다. 예를 들어 요리하다가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은 요리를 멈추고 물을 잠근 뒤 다시 돌아온다. 로봇도 실제 환경에서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시는 “로봇은 인간의 상황 전환 능력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흐메드 부부에게는 로봇 훈련이 일상의 일부가 됐다. 그들은 넷플릭스를 보고, 요리하고, 탁구를 하면서도 장비를 착용한다. 부모들은 카메라에 둘러싸인 채 평범한 생활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워한다. 아잠은 “우리는 매일 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 숨 쉬는 것에 돈을 받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일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전화나 메시지가 녹화를 방해하기도 하고, 머리에 휴대전화를 장착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불만도 있다.
영상이 기준에 맞지 않아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아흐메드 부부는 최근 요리 장면을 촬영했지만, 수증기로 인해 영상이 가려졌다는 이유로 보수를 받지 못했다. 이후로는 김이 많이 나는 요리는 피하고 있다. 일부 고충에도 불구, 그들은 집안일을 촬영해 각각 1200달러를 벌었다.
수나인은 터키, 싱가포르,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30개국에서 2만5000명의 참여자가 음성, 영상, 텍스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르시가는 새로운 기술이 항상 두려움과 변화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는 “사람은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