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의 군사용 휴머노이드 팬텀 MK1이 9mm 권총을 쥐고 훈련하는 모습. CatholicJohnMN X(엑스) 캡처
「
K로봇 연구
」
#이란 서쪽 국경 자그로스(Zagros)산맥. 해발 2500m 이상의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이자 이란 본토를 방어하는 군사 요충지다. 무수한 협곡과 동굴에는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지하 벙커가 숨겨져 있다.
어느 바위산 위로 차가운 새벽 공기가 감돌 때 미 육군 제10 산악사단 소속 3분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몸을 숨긴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휴머노이드 정찰 로봇 ‘팬텀 MK2(이하 MK2)’가 우뚝 섰다. 건장한 키, 강철 프레임과 탄소 소재로 마감된 외골격, 그리고 이를 감싼 완벽한 군장까지.
‘탕.’
갑자기 날아든 총알이 MK2의 우측 가슴 상단에 꽂혔다. 충격으로 잠시 비틀거렸지만, 서스펜션과 자이로스코프 센서로 이내 균형을 찾은 MK2는 총알이 날아든 방향을 역추적해 머리를 돌려 고해상도 카메라를 고정했다. MK2가 적을 포착하자마자 지상군이 지원 요청한 전투기가 적을 타격했다.
미국이 만약 이란 본토에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가정하에 가상으로 구성해 본 현대 네트워크 중심전(NCW)의 한 장면이다. MK2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 ‘파운데이션’이 4월 출시할 군사용 휴머노이드다. 키 180㎝, 몸무게 82㎏으로 최대 80㎏을 들 수 있고, 시속 6.4㎞로 미 해병대의 탄탄한 신체 스펙을 닮았다. 게다가 은폐·엄폐에 방해되는 전기 모터의 열을 외부에서 감지할 수 없도록 열 차단 기능도 갖췄다.
이란과 휴전에 합의한 미국은 1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양국의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군의 투입은 우선 선택지가 아니지만, 미국이 교두보 확보를 위한 제한적인 규모의 지상 작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때 군사용 휴머노이드가 병사들의 목숨을 대신할 ‘로봇 병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군·방산업계의 중론이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초원이 드넓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이란처럼 험준한 산악 지형에선 드론이 산악지대 구석구석을 정찰하기 어렵지만 휴머노이드는 직접 산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공중 드론의 정찰 시야각을 보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병사 투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개를 투입해 반전 여론을 완화하는 기조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도 했다.
휴머노이드 병사의 실전 투입은 상상을 넘어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MK2 이전 모델인 MK1은 이미 지난 2월 우크라이나군에 임시 배치됐다. 목적은 일단 정찰이다.
MK1은 180㎝ 키, 80㎏의 몸무게에 제트블랙 색상의 스틸로 된 몸체를 가졌다. 번쩍이는 몸체는 정찰 업무엔 적합하기 않기에 우크라이나군이 특수 제작한 낙엽 무늬 판초를 입고, 배낭을 착용했다. 얼핏 보면 영락없는 군인이다.
MK1은 M4 카빈 소총을 파지한 채(자율 사격은 불가) 성인 남성과 비슷한 속도인 시속 6㎞로 러시아군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고해상도·열화상 카메라는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하기 어려운 적의 참호 내부나, 파괴된 건물 내부를 정찰한다. 미국 타임(Time)은 이를 “디스토피아적 SF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미 육해공군은 총 2400만 달러(약 360억원)를 파운데이션에 투자했고, 미 국토안보부는 MK1을 미 남부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 정찰 업무에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제미나이를 통해 그려본 전장에 투입된 MK1 상상도. 판초를 입고 소총을 파지한 채 정찰하면 인간 병사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제미나이 캡처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도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방부는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육군은 ‘아미 타이거(army Tiger)’라 불리는 전투 체계를 발전 중인데 무인차량(UGV), 로봇개와 K2 전차, K9 자주포 등 기존 전력과의 결합이 핵심이다. 휴머노이드는 계획엔 없지만, 최근 국내외 활용도가 높아지면 추후 도입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도 군사용 휴머노이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1월 중국 난징 육군공병대학에서 열린 ‘육군사관생도 주간’ 행사에서 군사용 휴머노이드를 공개했다. 전 세계 13개국, 30여 개 군사사관학교 생도가 참석했는데 엄격한 보안 속에서 시연회가 진행됐다.
미국 IT 전문 매체 BGR에 따르면 당시 참석한 모로코의 한 사관생도는 “AI가 공격, 정찰 임무에 적용된다면 로봇의 전투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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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된 이후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가 생산 인력의 10%만 로봇으로 대체해도 연간 1조7000억원의 손익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1인당 평균 연봉 1억5000만원의 고비용 인력 구조를 바꿀 거라 기대하는 거죠.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넘보는 날이 정말 올까요?
더중앙플러스가 [K로봇 연구]를 시작합니다. 국내에 휴머노이드 바람을 일으킨 아틀라스의 실제 개발 수준부터 중국 로봇들의 공습 시나리오, 전쟁터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될 가능성 등 ‘로봇 사회’의 목전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를 직시합니다. 한때 한국·일본보다 뒤처져 있던 미국·중국의 로봇이 어떻게 기술적 추월에 성공했는지를 분석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퀀텀 점프를 만들어낸 로봇 대가가가 찍은 향후 경쟁 포인트도 짚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