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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불안한 공급망 시대, 조사료에서 답을 찾다

중앙일보

2026.04.19 08:02 2026.04.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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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최근 10년 사이 우리 식탁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3.9㎏으로 3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육류 소비는 2022년에 쌀 소비량을 넘어, 지금은 65㎏ 수준에 육박한다. 이는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농업 생산 구조와 식량 수요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곡물 중심에서 단백질 중심으로의 전환은 곧 사료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식량 안보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불안정한 국제 환경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곡물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2026년 중동 분쟁은 천연가스 수급 불안으로 이어져 비료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비료 가격 상승은 사료작물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시차를 두고 육류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식량 안보는 이제 곡물뿐 아니라 에너지, 비료, 사료가 결합한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계 최대 농·축산 기업 중 하나인 카길의 효율 혁신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해 소뼈에 붙은 미세한 살점까지 식별해 발골 작업을 하도록 돕는다. 소 한 마리당 0.5%의 살코기를 추가 확보하면서 연간 2만5000t(소 11만 마리 분량), 약 3000억원의 가치를 추가 창출한다. A 기반 기술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는, 기술이 현장에서 작동할 때 산업의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축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가공 단계가 아니라 사료라는 기초 단계부터 결정된다. 그러면 소는 무엇을 먹는가? 현재 우리나라 조사료(粗飼料·목초 등 섬유질이 많고 부피가 큰 사료) 종자의 수입 의존도는 87.7%에 달한다. 청보리·귀리·트리티케일 등 주요 조사료의 종자와 생산 기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이는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축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지금 농업에 필요한 건 새로운 기술의 개발보다, 기존 기술과 자원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체계다. 현재 조성을 추진 중인 조사료 종자 생산단지는 이러한 ‘작동하는 구조’를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다. 사료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 축산업의 생산비와 가격 변동성은 낮아지고, 이는 곧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조사료 종자 생산단지는 우리 축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자, 식량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핵심축이 될 것이다.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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