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종 시인이 월트 휘트먼 생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시집 ‘조개껍데기 사랑’을 소개하고 있다. [하세종 시인 제공]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월트 휘트먼의 생가 박물관에 한국 시인의 작품이 전시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 롱아일랜드 헌팅턴에 위치한 월트 휘트먼 생가 박물관(Walt Whitman Birthplace State Historic Site)은 최근 92세 한인 시인 하세종의 시집 ‘조개껍데기 사랑’(표지)을 전시물로 채택했다.
지난 11일 열린 다문화 문화행사에서 박물관 측은 다양한 문화권 문학을 소개하는 취지에 공감해 한국 시인의 작품을 전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관계자는 “휘트먼의 정신은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데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문학을 포함한 세계 문학과의 연결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행사 당일 하 시인은 직접 무대에 올라 ‘모래알 시간’과 ‘Life Span, Is It a Grain of Sand on the Shore!’를 한국어와 영어로 낭독했다. 작품은 인간의 삶을 해변의 모래알에 비유하며 시간의 유한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시된 시집 ‘조개껍데기 사랑’은 자연의 이미지와 일상의 경험을 통해 삶과 죽음,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성찰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간결한 언어 속에 축적된 삶의 무게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노년 시인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 시인은 인터뷰에서 “월트 휘트먼 박물관에 시집이 전시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한국 시인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느껴진다”며 “한국 문학이 더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이민사의 흐름을 함께 담고 있다. 17세 때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그는 이후 카투사 통역관으로 미8군 통신대에서 복무했다. 보성고를 졸업하고 1954년 성균관대에 입학한 뒤, 1956년 애리조나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국제무역경영학을 전공했다.
미국 정착 이후에는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도매 수출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1960년대부터 한인 사회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뉴욕 태권도협회 이사장, 태권도 공인 9단으로도 활약했다.
문학은 그의 삶 후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2년 종합문예지 ‘스토리 문학’ 공모전에서 ‘조개껍데기 사랑’ 등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비교적 늦은 출발이었지만 전쟁과 이민, 생업과 공동체 활동을 거치며 축적된 경험이 시 세계의 토대가 됐다.
하 시인은 “삶을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모래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며 “그 시간을 붙잡아 의미를 묻는 것이 시를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