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2026년 2월 27일 이란을 공격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4년 만에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됐습니다. 글로벌 머니는 비즈니스 리더와 투자자, 정책 담당자들이 갈등의 이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제 영역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의 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걸고 시작한 이란 공격이 일단락될 조짐이다. 미국과 이란 협상 대표가 휴전 협상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평가의 시간이다.
" 트럼프의 완력(무력) 행사는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
아주 함축적인 질문이다. 이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는 해외 전문가를 물색하다, 한 인물을 찾아냈다. 에드워드 피시먼이다.
에드워드 피시먼. 본인 제공
피시먼은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CGEP) 펠로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된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초크포인트를 장악하려는 미국의 은밀한 전략(Choke Points)』의 지은이다.
이쯤이면 그저 눈길 끄는 책을 쓴 연구원쯤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피시먼의 과거 직책 가운데 하나를 보면 정체가 좀 더 분명해진다.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 제재담당 보좌관!
피시먼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2017년 미 펜타곤과 국무부, 재무부를 옮겨 다니며 일했다. 하지만 맡은 업무는 거의 같았다. 러시아와 북한, 이란에 대한 제재 설계였다.
Q : 미국에서『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가 나올 때가 트럼프 취임 직후인 2025년 2월이다. 마치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에게 대외정책 야전교범(FM, Field Manual)을 제시하는 듯했다. 트럼프가 FM대로 하고 있는가.
A : (크게 웃은 뒤)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관세가 아주 훌륭한 경제 무기라는 생각을 갖고 백악관에 들어선 듯하다.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이 중국 등 상대 국가보다 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보기에 미국이 중국이나 한국 등과 교역하면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관세만큼 효과적인 무기는 없다는 것이다.
Q :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A : 트럼프가 정말 관세를 좋아한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여서 그런지) 관세 부과를 임대료 받는 일로 여긴다. 사실 관세를 내는 쪽은 미국 기업이다.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물건을 수입해 파는 미국 기업이 관세를 낸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2일 백악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약한 무기”
Q : 책에 경제전쟁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toolkits)이 소개돼 있는데, 관세라는 수단은 효과 측면에서 어떤가.
A : 2025년 한 해 동안 관세 공격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관세가 경제전쟁 수단 가운데 아주 약한 무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보면 미국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수입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지 않더라도 거의 90%짜리 시장이 따로 존재하는 셈이다. 실제 중국과 브라질이 트럼프의 관세 공격을 거세게 받아 미국으로 수출이 줄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전체 수출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미국 밖에 수출시장이 따로 존재해서다.
피시먼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강점인 금융·기술 분야 지배력을 높이려고 하지는 않고, 취약한 영역인 무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관세 수단을 썼다는 요지로 비판했다.
Q : 금융은 글로벌화해 어느 나라도 뜻대로 움직이기 힘든 영역인데, 강력하고 효과적인 경제전쟁 무기라고 해서 뜻밖이었다.
A : 내가 조임목(Choke Point)이란 단어로 책 제목을 삼은 이유와 관련이 있는데, 경제전쟁에서 달러 자체가 조임목이다. 글로벌 금융거래 가운데 90%가 달러로 이뤄진다. 달러에 접근하지 못하면 한국의 어떤 회사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이런 강력한 무기를 내버려두고 트럼프는 가장 약한 무기인 관세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세계 교역에서 수퍼파워가 아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관세로 동맹국도 공격했다. 적과 친구를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했다.
미국 달러. 로이터=연합뉴스
Q : 책에서 트럼프가 경제전쟁 목표를 바꿔버렸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가.
A : 트럼프 이전까지 경제 무기는 상대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일시적 수단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세계경제를 영구적으로 재편하려는 수단으로 여긴다. 중국 화웨이를 제재했는데, 이는 기업 관행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통신망 구축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경제 무기로 판을 바꾸려 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