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결박한 뒤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가 인정돼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부장 정승규)는 21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81·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살인 및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된 심씨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에 대해서도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10∼25년형을 파기하고, 상해치사 방조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그 결과를 감수하려는 인식이 있을 때 인정된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피고인들이 중대한 위해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여지는 있었다”면서도 “이를 넘어 사망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전 과정이 폐쇄회로(CC)TV에 모두 녹화됐으나 이들은 이를 방치했다”며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 등을 보면 계획적 살인이나 조직적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심씨 등이 피해자가 의식을 잃는 상황에서도 주술 행위를 멈추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상해의 고의와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견은 있었다고 판단해 상해치사 및 상해치사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심씨는 조카인 피해자에게 무모한 주술 의식을 장시간 진행해 생명을 침해했다”면서도 “조카를 평소 진심으로 아낀 것으로 보이고 왜곡된 무속적 사고방식 아래 치료 목적으로 주술을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며 심씨를 맹종하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정신 치료라는 믿음으로 의식에 참여하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심씨 등은 2024년 9월 18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 음식점에서 30대 여성 A씨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채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심씨는 조카인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자신 곁을 떠나려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자녀와 신도들을 동원해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철제 구조물 위에 A씨를 엎드린 상태로 묶은 뒤, 아래에 놓인 대야에 불이 붙은 숯을 계속 넣으며 열기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심씨는 굿이나 공양을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하며 오랜 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온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