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시카고 다운타운은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왔다. 시 외곽과 서버브 지역도 변화가 왔지만 다운타운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됐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다운타운으로 출근하는 주민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주요 기업들이 밀집한 루프의 사무실 공실률이 크게 치솟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던 각종 식당 역시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 최대 쇼핑 거리인 매그니피션트 마일 역시 변화를 피해가지 못했다. 미시간 거리를 중심으로 각종 소매상점들이 늘어선 이 거리에도 빈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예전의 활력을 점차 잃어가고 말았다. 다운타운 루프와 매그니피션트 마일은 시카고를 상징하고 최대 쇼핑 지역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개선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재택 근무를 끝내고 출근을 장려하는 기업들이 생겼고 매그니피션트 마일에도 주요 입점 사례가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의류업체인 유니클로가 대표적인데 미시간과 오하이오길 인근의 대형 상점에 최근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공연장이 새롭게 소개됐다. ‘The Hand and Eye’라는 곳인데 이 곳은 쉽게 말하자면 마술 공연장이다. 장소는 미시간과 온타리오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곳으로 이전에 유명 프라임 립 식당이었던 로리스가 있던 곳이다. 이 공연장을 운영하는 인물은 글렌 툴만이라는 사람인데 의료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무려 5000만달러를 투자해 이 공연장을 오픈했는데 평소 마술에 큰 매력을 가진 것이 인연이 되어 매그니피션트 마일에 마술 공연장을 오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공연장에 주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단지 그가 시카고를 배경으로 사업을 하면서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술 공연장을 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물론 매그니피션트 마일에 위치하고 있기에 이 공연장 입장료는 싸지 않다. 식사를 포함해 일인당 200달러 이상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830번지 노스 미시간길은 전국사탕판매협회가 사탕 명예의 전당 부지로 선정했다. 내년 여름 오픈할 예정인 이 건물은 총 6만 평방피트 규모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와 경쟁을 벌였던 뉴욕과 올란도를 제치고 매그니피션트 마일이 명예의 전당 부지로 낙점된 것은 시카고와 사탕 산업과의 오래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리글리를 포함해 패니 메이, 마스, 페레라와 같은 유명 사탕, 초콜렛 업체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미국에 처음으로 카라멜이 판매된 곳도 시카고다. 시카고대학 연구에 따르면 클락길에 위치한 사탕 업소에서 찰스 군터라는 사람이 카라멜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가 1900년대 초반인데 이후 금주법이 발효되자 시카고의 술 가게가 대부분 캔디 샵으로 전환해 술 대신 사탕 팔기에 나섰다. 물론 캔디 가게 앞 부분은 사탕을 팔았고 대부분 뒷편에서는 밀주를 몰래 팔았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금주법으로 주류를 대놓고 팔기 힘들어지자 사탕 가게로 위장하고 밀주를 유통했던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1900년대초부터 시카고는 전세계 최대의 캔디 도시가 된 것이다.
미시간길의 마술 공연장과 캔디 명예의 전당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실 요즘 소매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판매하는 것으로는 고객의 발길을 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짓고 업소를 오픈하면 고객들이 찾아왔으나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손님들이 그냥 찾아오진 않는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업소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있어야 멀리서도 고객이 찾아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 오픈한 쇼핑몰들은 소매업소 뿐만 아니라 전문직 서비스도 있고 라이브 공연장도 갖추면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시간 거리의 마술 공연장과 사탕 명예의 전당 유치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마술 공연장은 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 전국의 마술팬들을 사로잡기에 적합하다. 사탕 명예의 전당 역시 로컬 고객 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매그니피션트 마일에는 유명 백화점 뿐만 아니라 초고가,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소매점들이 입점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로컬 맛집들이 대거 분포해 있어 마술 공연장과 사탕 명예의 전당 자리로는 최적의 입지다. 미시간 거리도 단순 대형 소매점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유명 백화점인 삭스 핍스 애비뉴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험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국내외 관광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상점들과 조화롭게 합쳐져야 좀 더 매력적일 수 있게 된다. 다행인 점은 미시간 거리의 임대료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오히려 새로운 상점들이 입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미시간 거리에는 체이스 은행 리테일 센터가 워터 타워 플레이스 길 건너편에 입점이 결정됐다. 워터 타워 플레이스 역시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이고 호텔 초콜렛이라는 소매점까지 들어서면 일대 상권에도 보다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된다. 매그니피션트 마일이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기대된다. 매그니피션트 마일은 시카고 역사와 함께 발전했으며 시카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국)